헌재 선고일 지정 않으면서 사실상 다음주로 밀린듯
정치권에선 “조만간 선고 어려워” 분위기 감지
여권내에선 “기각 또는 각하” 기대 목소리 잇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5일째인 19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경찰이 경계근무하고 있다. 헌재가 이번 주 안으로 결론을 선고하려면 늦어도 이날까지는 선고일을 정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 주를 넘길 전망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는 19일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았다.
당초 법조계에선 오는 21일 선고가 유력하다고 보고 이날 중 기일을 통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헌재는 일반적으로 평의를 진행한 뒤 선고 2~3일 전 당사자들에게 기일을 통지해왔기 때문이다.
헌재가 당일이나 바로 전날 선고 여부를 통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헌재가 이날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선고는 사실상 다음 주로 넘어가게 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헌재가 20일이나 21일 중 선고일을 발표하면 다음 주 초반 더 늦어지면 26∼28일쯤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선 재판관들의 평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조만간 선고가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최후 변론 이후 22일째 평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쟁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기간 기록을 갈아치운 터지만,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여권에선 헌재의 기각 또는 각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기각론, 국회의 탄핵소추가 법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각하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헌재가 국회에 공을 넘기는 각하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헌재가 지금 선고하지 않고 있는 건 평의를 하면서 탄핵 인용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면서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기각 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계속 버티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성향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을 두고도 헌재 내에서 평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의원은 “탄핵심판을 빨리 끝내겠다고 난리를 쳤는데, 지금 평의가 길어지는 걸 보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탄핵을 인용하자는 측이 6명을 모았다고 하나 다음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선거법 위반 선고 전에 결론을 내야 하는데, 선고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6명을 채우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여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26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이후 나오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는다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돼 탄핵 민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 대표가 만약 무죄를 선고 받을 경우 민심은 물론, 헌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