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경남 산청, 울산 울주 대형 산불…사망자만 4명
크고 작은 산불 10여개 발생… 산불재난 위기 ‘심각’ 단계

22일 밤 울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야간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인 22일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수백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경남 산청에선 진화 작업을 벌이던 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4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 당국은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 당국은 오후 6시40분쯤 헬기를 철수하고, 지상 인력 위주의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야간 진화 작업에는 전문진화대 등 인력 373명과 진화차 등 장비 36대를 투입된다. 진화 대원들은 방화선을 구축, 주택 등 민가로 불이 번지는 걸 막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앞서 의성군은 산불 확산에 따라 주민 대피령을 발령했다. 이날 오후 4시 10분 후죽1리, 업1리, 원당리 주민에게 의성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오후 4시 28분에는 후죽3리, 철파리, 원당2리 일대 주민에게 즉각 대피하라는 통보가 내려졌다.
현재 인근 주민 484명(오후 6시 기준)은 의성실내체육관 등 6곳에 긴급 대피한 상태다. 또 의성읍 요양병원 환자 150명은 안동도립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22일 오전 산불이 발생한 대구 북구 국우동 야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서도 산불이 잇따랐다. 대구 수성구 옥수동 야산에서 같은날 오후 1시 6분쯤 불이 나 당국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8분쯤 대구 북구 국우동 야산에서 불이 발생해 1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지난 21일 발생한 경남 산청 지역 산불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다.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경남 산청 지역에는 특수진화대와 전문진화대, 공무원, 경찰, 군인 등 1천300여 명의 인력과 장비 120대가 투입됐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탓에 진화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강한 바람으로 인해 진화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오후 1시 기준 70%였던 진화율은 22일 오후 3시 기준 65%로 낮아졌다.
더욱이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대원 등 4명이 사망했다. 소방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던 대원 9명이 갑작스러운 역풍에 고립됐다. 이 과정에서 진화대원 2명이 숨지고, 진화대원과 공무원이 실종됐다.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은 첫 사망자가 발견된 지점에서 약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사망자 2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은 GPS 이동 경로와 실종자 현황 등을 토대로 발견된 시신이 실종된 진화대원과 공무원으로 추정하고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산청군은 이날 오후 3시쯤 재난 안전 문자를 통해 시천면 일대 8개 마을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전날 대피령이 내려진 7개 마을 주민 213명은 한국선비문화연구원으로 대피한 상태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 야산에서도 이날 12시 12분쯤 산불이 발생했다. 울산 산불로 인해 인근 마을 주민 60명이 대피했으며, 부울고속도로 온양~장안IC 구간의 양방향 교통이 한때 통제되기도 했다.
김해 한림면 안곡리 야산에서도 이날 오후 2시 2분께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은 진화 인력 50여 명과 장비 10여 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헬기가 산청 산불 현장에 우선 배치돼 조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강원 정선군 덕천리, 경기 동두천시, 연천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1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산림청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잇따르자 영남·충청·호남지역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또한 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의 위기 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현재 대구, 경북, 강원, 경남, 울산, 충북 일부 지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산림청은 산불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비상 대응 체제를 유지하며 추가 산불 발생에 대비할 방침이다.

박종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