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성 산불 주기적으로 반복…근본적인 대책 마련 필요
대형 헬기 도입과 수종 전환, 임도 확장 등 논의돼야
![[경북 산불] 야간진화 항공기 도입 ‘제자리’](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6.0d04ccb544c740208df8761e5323b5f6_P1.jpg)
25일 오후 6시쯤 청송군 진보면에서 강풍을 타고 넘어온 산불이 밤 11시 30분쯤 영덕읍 주변까지 번져 읍내지역을 집어 삼킬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남두백 기자
경북에서 재난성 산불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경북 산지특성에 맞는 맞춤형 근본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땜질식' 처방으론 기후 변화에 따른 산불 대형화를 막을 수 없고, 피해 규모만 늘어날 뿐이라는 것.
26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의성 산불발생 이전에 발생한 경북발 화재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은 2022년 울진 산불이다. 그해 3월 4일 11시17분쯤 시작된 산불은 삼척까지 번졌다.장장 213시간만에 꺼졌다. 1986년 산불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장 기간이다. 산불 영향 면적만 2만 923ha(서울 전체 면적의 34.6%)에 달했다.산림청은 최종 피해 면적을 1만6천301ha로 집계했다.
2021년 2월 21일엔 도청 소재지인 안동과 예천에 산불이 났다. 당시 419㏊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안동에는 2020년 4월에도 나흘간 큰 불이 났다. 피해 면적이 1천944㏊에 이른다. 세 번의 산불 모두 피해 면적이 100㏊을 크게 웃돌았다.
![[경북 산불] 야간진화 항공기 도입 ‘제자리’](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7.c93ed152a8ce4ae3ad5ab60802893eb1_P1.png)
미국 NASA에서 제공한 26일 경북 산불 확산 현황.
특히 울진·삼척 산불은 재난성 산불에 속한다. 인명과 재산, 국가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산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줘서다.
이처럼 경북에서 대형산불이 잇따르자 다양한 대책과 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제대로 반영된 사례는 드물다. 대형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 도입이 대표적이다. 헬기는 산불진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인력과 장비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이에 초동 진화때부터 담수용량이 큰 대형 헬기 필요성이 거듭 제기됐다. 하지만 경북엔 여전히 대형 헬기가 부족하다. 경북에 배치된 가용 헬기는 총 29대(임차 13·산림청 7·군 7·소방 2)다.즉시 투입 가능한 헬기는 임차 헬기 13대와 소방 2대 뿐이다. 시·군이 임차한 7대 소방헬기는 담수량이 1천ℓ 미만이다. 나머지 12대도 1천~2천700ℓ 수준의 중소형이다.
최근 경북소방본부는 야간 운영이 가능한 다목적헬기 '나래온'을 도입했지만 담수용량은 크지 않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올해 대형 헬기를 도입하려 했는데 환율이 높아 머뭇거리는 사이에 도입 예정 기종이 단종됐다"고 했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의 주력인 KA-32 카모프(3천ℓ급) 기종의 대형 헬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에 어려워 주력 헬기의 1/3가량이 멈췄다고 했다. 더욱이 국내 헬기 상당수는 30년 이상된 노후 기종이다.
야간 진화가 불가능한 헬기를 대신해 진화를 담당할 고정익 항공기 도입도 요원하다.
2012년 경남도는 1년간 임차 계약으로 고정익 항공기(캐나다산 CL-215기종)를 도입했지만 비싼 임차 비용과 적은 투입 횟수 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실, 고정익 항공기의 진화작업 운용은 사실 국내 산악 환경과 맞지 않다. 산악 지형에 유리한 헬기와 달리 높은 상공에서 물을 쏟아야 해서 정밀 투하에 한계가 있다. 가까운 곳에 이·착륙장도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 탓에 산불의 강도와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수종 전환과 임도 확대 문제도 숙제다. 2022년 울진 산불 당시에도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의 산림 구성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3년이 지났지만 경북의 주요 수종은 아직 소나무다.
소방차량 유입에 필요한 임도도 태부족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의성군의 1㏊ 당 임도밀도는 2.37m다. 경북 전체 평균(1㏊ 당 2.84m)에 못미친다. 2022년 의성과 경북의 임도밀도는 각각 2.19m, 2.66m였다. 전국 평균(3.97m)보다는 현저히 적다. 일각에서 임도가 멀쩡한 산림을 훼손한다고 반대하지만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를 감안하면 실보단 득이 많다.
김성용 안동대 교수(산림과학)는 “의성 산불과 울진 산불의 공통점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의성은 내륙, 울진은 해안이라는 지형적 특성에 따라 확산에선 차이가 있다"며 “산불 대형화 추세에 따라 지금보다 더욱 많은 장비가 필요하고, 임도 역시 더 늘려 초기 산불 진화에 용이하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진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