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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산분장

2025-03-28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김국환이 노래한 '타타타' 가사의 한 구절이다. 알다시피 옷 한 벌은 염습할 때 송장에 입히는 수의(壽衣)를 뜻한다. 수의를 입힌 시신을 온전히 땅에 묻는 매장방식이 주류였던 과거에는 그렇게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요즘도 수의는 입히지만 화장(火葬) 후에 남는 건 가루가 된 뼈밖에 없다. 고인의 유골만 납골당 등에서 보존되는 게 일반적이다. 더구나 최근엔 유골마저 남기지 않는 새로운 장례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유골을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이다.

우리나라에서 산분장은 불법도 합법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방치돼 왔다. 이런 탓에 산분장은 암암리에 이뤄졌다. 그런데 올들어 정부가 산분장을 합법화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묘지는 물론 납골당 등 봉안시설의 포화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죽음 자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도 어렵다.

산분장이 제도화됐지만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아직 관련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지자체들의 인식도 부족한 편이다. 산분장에 부정적인 유교문화도 상존한다. 하지만 산분장이 장례문화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죽음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이 변하고 있어서다. 즉 장례를 특정 공간의 할당에서 시간의 기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죽는 사람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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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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