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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북 김천 부항댐 부항호, 고요한 호수 벚꽃길…둘이 걸어요

2025-03-28
[주말&여행] 경북 김천 부항댐 부항호, 고요한 호수 벚꽃길…둘이 걸어요
부항댐에서 본 부항호. 왼쪽이 출렁다리이고 오른쪽이 부항교다. 무지개 빛깔의 두 타워는 레인보우 집 와이어다.
성주댐 지나 부항댐으로 간다. 수위가 낮아 보이고, 물이 너무 고요해서 가슴이 저릿하다. 드문드문 벚꽃이 환하다. 개나리가 흔하고, 매화와 산 벚이 예사롭고, 희거나 연분홍의 과수화도 비근하다. 목련은 여왕처럼 등장한다. 진달래는 큰 나무의 그늘 속에 숨은 듯 있다가 이따금 반짝거리며 눈 마주치기를 좋아한다. 봄꽃들을 스쳐 달려온 부항댐 호수는 미동 없이 냉정한 얼굴이다. 너무 고요해서 하늘을 나는 검은 새의 날갯짓 소리까지 들린다. 물새들은 호수 가장자리에 뗏목처럼 떠 있는 자그마한 판자 위에 난파처럼 웅크렸다.

2002년 태풍 루사 급습 계기 댐 조성
물문화관 전망대 오르면 댐 한눈에
호수 전체 일주 8㎞ 수변둘레길 힐링
256m 출렁다리·집와이어도 들어서
부항호 아래엔 산내들 공원·캠핑장

◆ 부항댐 부항호

[주말&여행] 경북 김천 부항댐 부항호, 고요한 호수 벚꽃길…둘이 걸어요
부항댐 출렁다리. 길이는 256m, 김천의 시조인 왜가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부항면은 김천의 서남부에 자리한다. 1천m가 넘는 고산이 여덟 개나 되는 산지 땅이다. 서쪽의 삼도봉을 중심으로 전북 무주, 충북 영동과 이웃하고 북쪽의 황악산, 남쪽의 대덕산이 백두대간의 준령으로 이어진다. 골짜기는 동쪽을 향해 내려오면서 평평하게 펼쳐지는데 여러 골짜기에서 발원한 부항천이 골짜기의 한가운데를 흘렀다. 그 물길에 의지해 지좌리, 유촌리, 신옥리, 도곡리와 같은 마을들이 잎맥처럼 자리했다.

2002년 태풍 루사가 김천의 구성면, 지례면, 부항면, 증산면, 대덕면 등을 강타했다. 이전에도 댐 건설은 논의되고 있었다. 김천을 둘러싼 백두대간의 급류는 기존의 수리시설로 감당하기 어려웠고, 김천과 구미 등 경북 북서부 지역의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도 댐은 필요했다. 결국 루사로 인해 논의는 종결되었고 그해 바로 계획에 착수, 12년 만에 댐은 완공되었다. 도곡리가 있던 자리에는 댐과 공원이 들어섰고 지좌리, 유촌리, 신옥리는 호수에 잠겼다. 댐 옆에는 물 문화관이 들어섰고, 호수를 일주하는 도로와 약 3.3㎞의 데크 길이 설치되었다.

주차장이 텅 비었다. 누군가는 일찍 화장실의 문을 열어놓고 출렁다리 입구를 개방하는 등 제 의무를 다 해 놓았다. 데크 길 따라 호수로 향해 간다. 산과 골의 지형은 고스란하다. 그래서 호수의 테두리는 마을이 자리했던 골짜기의 윤곽 그대로다. 잠겨 있던 산자락이 층층이 허옇게 드러나 있다. 이곳은 신옥리 밤실마을 즈음일 게다. 이 산자락에서 저 산자락까지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호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에 슬쩍 세워 둔 것이 특이하다. 길이는 256m, 김천의 시조인 왜가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댐과 물 문화관이 가깝게 보이고 부항교는 멀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정자 하나가 이름 없이 서 있고, 데크 길과 오솔길을 지나면 부항정이 있는 제법 큰 광장이다. 무지개빛깔의 집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고 매점과 쉼터 등이 들어서 있다. 화장실 외에는 모두 3·4월 중 오픈 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강풍에 꺾인 솔가지가 자꾸 밟힌다.

◆ 부항댐 수변둘레길

[주말&여행] 경북 김천 부항댐 부항호, 고요한 호수 벚꽃길…둘이 걸어요
물 문화관 7층의 전망대. 부항댐의 주요 시설물, 신옥리 일부와 유촌리가 조망된다.
부항정에서 신옥교 건너 부항댐길을 따라간다. 데크 산책로가 일주도로와 분리된 모습으로 나란하다. 신옥교 저편에 보이는 작은 마을은 신옥리 옥소동이다. 주민의 대부분은 이주하고 4가구만 남아 있다고 한다. 물가 늪지에 연둣빛 봄기운이 몽글몽글하다. 부부송과 용두대전망대가 보이면 지좌리다. 큰 바위가 용머리같이 생겼다는 용두대는 부항댐의 상시만수위(해발 195m) 바로 아래에 있어 일년에 아주 잠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용두대에 뿌리 내려 이식할 수 없었던 부부송은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다. 지좌리는 마을에 '한송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한송정 마을'로도 불렸고 효자 이영보가 살았던 마을이라 '효아촌'으로도 불렸다. 한때 100여 명 넘는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18가구 정도가 산 중턱으로 자리를 옮겨 '효아촌'의 명맥을 잇고 있다. 길 가에 놀이터와 물놀이 장이 있다. 호수 안쪽은 인공습지다. 그늘막이 있는 주차장에 차가 여럿이다.

지좌교 지나 지좌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903번 도로와 나란한 데크 길이다. 이 길은 무주에서 부항면을 가로질러 유촌리와 도곡리로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도로였다. 댐 건설과 함께 길은 쫙 펴졌고, 그 과정에서 수몰된 유촌리 마을 위로 많은 다리가 신설되었다. 댐 건설 당시 데크 길은 산내들 공원 주차장에서 효아촌 입구까지였고 교량 및 지방도 구간에는 인도가 없었다. 그러다 2021년 댐 제방과 출렁다리를 거쳐 부항호 전체를 일주하는 약 8㎞의 수변둘레길 조성을 완료했다.

부항댐을 마주보는 부항대교를 건넌다. 다리 아래 물속의 마을은 유천리 동산이었다. 1959년까지 부항면사무소가 있었고 장이 열려 장터라고도 불렸다. 길은 유천교로 이어진다. 유천리의 가물리가 있던 곳이다. 물속에서 걸어 나와 산기슭을 오르는 길이 선명하다. 짧은 터널 위로 난 데크길을 오르내리면 버드내교다. 천변에 버드나무가 많았다는 버드내는 유촌리 이름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제 물 문화관이 곧이다. 둘레길 따라 벚나무 가로수가 늘어 서 있고 자그마한 꽃망울이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벚꽃은 김천 시내보다 평균 2~3일 정도 늦게 핀다고 한다.

◆ 부항댐 물문화관과 산내들 공원

[주말&여행] 경북 김천 부항댐 부항호, 고요한 호수 벚꽃길…둘이 걸어요
댐 아래는 도곡리 문질마을이다. 6가구가 살았던 마을은 산내들 공원과 캠핑장이 되었다. 작은 기와지붕이 지좌리에 있었던 효자 이영보의 정려각이다.
물 문화관이 올라 서있는 벼랑에 두 사람이 암벽등반 중이다. 한 여자는 물문화관 지붕에 걸터앉아 세상을 조그맣고 가깝게 본다. 출입이 금지된 타워에는 세 사람이 산을 오르느라 애쓰고 있다. 이런 귀여운 조형물들은 생각지 않은 즐거움을 준다. 그들보다 더 높이 전망대로 오른다. 먼지 같은 창 너머로 부항호가 훤하다. 사람들이 댐 상부 도롯가에 바람개비를 세우고 있다.

댐 아래는 도곡리다. 도곡리는 도래실, 주치밭골, 문질 세 마을로 나뉘는데 문질마을만 댐 공사로 사라졌다. 댐 둑길에서 내려다보면 한눈에 보이는 곳, 6가구가 살았던 문질마을은 산내들 공원과 캠핑장이 되었다. 공원에는 지좌리에 있었던 효자 이영보의 정려각이 복원되어 있다. 13세 때 아버지를 잃자 예를 다하였고, 이어 어머니가 병들자 7년간 성심으로 봉양했다는 아이다. 자라고기가 먹고 싶다는 어머니를 위해 한겨울 부항천을 방황하며 우니, 얼음이 깨지며 자라가 튀어 올랐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전해져 1858년 효자 정려가 내려졌고, 1970년대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정려각 앞에는 수몰된 마을의 입구에 서 있던 표지석과 폐교된 학교의 교적비, 마을을 지키고 섰던 나무의 표석, 마을 회관의 건립비 등 마을들이 품고 있던 각종 기념비가 모여 있다. 각 마을의 역사와 자랑거리, 그리고 마을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이름도 일일이 기록해 두었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매화나무 몇 그루가 꽃을 피우고 있다. 한 그루 줄기 꺾인 나무 가지들이 땅을 짚고 있다. 꽃을 피운 채로.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성주 방향 30번국도 달구벌대로를 타고 김천 대덕면까지 간다. 대덕면소재지 대덕교차로에서 우회전해 3번 국도를 타고 가다 상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903번 지방도를 타고 간다. 약 1㎞ 정도 가다 도곡 교차로에서 좌회전, 도곡교 건너 우회전해 부항댐길 따라 오른다. 산내들 공원 지나 댐 상부에 닿으면 출렁다리가 있는 제1 주차장, 조금 더 가면 집 와이어가 있는 제2 주차장이다. 부항댐 물문화관에 주차해도 된다. 부항댐 수변둘레길은 출렁다리, 지좌교, 부항대교, 유천교, 버드내교, 물문화관, 댐 상부길 건너 출렁다리로 돌아오는 8㎞ 원점회귀 코스로 편한 곳에 주차하면 된다. 댐 개방시간은 4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반려동물과 자전거 및 원동기의 출입은 금지다. 물문화관은 월요일과 화요일 개방하지 않는다. 입장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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