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밤 경북 안동시 옥동사거리에서 빈 택시들이 도로가에 정차해 있다.

28일 밤 경북 안동시 옥동 한 골목길이 적막할 정도로 한산하다.

28일 밤 경북 안동시 옥동사거리에 빈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대형 산불로 인해 4명이 숨지고, 주택이 1천여 채가 불타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역 상권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대중업소는 물론 유흥업소 등 다양한 상권이 밀집한 안동시 옥동에선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도심 상권 사실상 멈춰
평소엔 불야성을 이뤘던 골목길은 20대 청춘들의 모습만 가끔 보일 뿐, 대부분 거리가 인적이 끊켰다. 매캐한 연기로 둘러싸인 옥동 도심 전체에 싸늘한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꽃집과 옷 가게 등 일반상가 대부분의 문이 닫혔고, 식당이나 술집 등 대중업소와 유흥업소조차 절반가량의 간판 조명이 꺼진 상태였다. 그나마 문을 연 식당에서는 손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 주인 A씨(58)는 “의성 산불 확산 소식에 25일 아예 문을 닫았지만, 건물에 세 들어있는 세입자 입장에선 계속 닫아둘 수 없어서 문을 연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어제도 겨우 손님 3팀을 받았다. 산불 나기 전 평일과 비교해 보면 손님이 거의 80~90%가량 줄었다"고 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빈 택시만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긴 주차 행렬을 잇고 있었다. 안동에선 골프장 세 곳 중 한 곳이 산불 피해로 전소됐다. 나머지 골프장이 반사효과를 얻기는커녕 연무와 연기 탓에 또 다른 한 곳이 휴장에 들어갔다. 실내스포츠 시설인 볼링장도 급격한 매출 감소로 평소 매출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으로 확산하며 인명과 시설 피해에 이어 지역 상권까지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민 B씨(43)는 “5년 전 대형 산불을 겪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산불은 수시로 계속되는 재난 문자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됐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그 불안감이 이젠 소비위축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안동시는 오는 4~5월 열기로 했던 벚꽃축제와 노국공주차전장군 축제를 전격 취소하고 시민체전마저 무기한 연기해 지역 상권 전체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당분간 잔불 정리는 물론, 피해 복구 등에 전 직원을 동원해 피해 주민들의 하루라도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주택 1천여채, 과수농가 107㏊ 불타
안동의 주택피도 심각하다. 30일 안동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 현재 주택 1천92채가 전소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일직면 357채, 길안면 266채, 남선면 195채, 임하면 182채, 임동면 57채, 남후면 23채, 풍천면 12채 등이다. 사찰과 고택 등 문화재 피해도 12건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안동시민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농축업 분야 피해도 만만찮다. 과수 피해만 도내 전체 피해 면적 493㏊ 중 107㏊가 안동지역 피해 면적이다. 기타 농작물도 10㏊가량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기계 940대도 불에 탔다. 또 시설하우스는 210동이 불에 탔고, 농산물 유통가공 시설 3곳과 부대 시설 645곳이 산불로 사라졌다. 양돈농가 21곳도 돼지 2만 1천170두가 소사했고, 계사 1곳도 화마가 덮쳐 닭 5만 수가 한꺼번에 불탔다.
상하수도도 22개 시설이 파손됐으며, 335곳에서 아직 전력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민은 총 5천507명이 발생했다. 이중 3천529명은 귀가했지만, 주택 전소 등으로 갈 곳을 잃어버린 이재민 1천978명이 아직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본격적인 피해 조사가 시작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안동시청 한 관계자는 이번 산불로 최소 1천500채 이상의 주택이 전소됐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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