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넣었을 뿐인데, 내가 애니메이션 주인공?
프사부터 커버까지, 온라인 뒤덮은 AI 그림 놀이
챗GPT 이용자 급증…저작권 침해 논란은 진행 중

사진 왼쪽 상단부터 형제의 저녁시간 실제 사진, 픽사풍 그림, 지브리풍 그림, 슬램덩크풍 그림 <챗GPT 등 활용>
“온 세상이 지브리라고?"
AI 이미지 변환 기술을 활용해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꾸민 그림들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들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부터 SNS 커버 이미지까지 폭넓게 사용되며 온라인을 뒤덮고 있다.
이번 열풍의 중심에는 지난달 25일 오픈 AI가 공개한 '챗 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이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한 뒤, 지브리, 디즈니, 픽사, 슬램덩크, 심슨 가족, 짱구 등 인기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손쉽게 변환할 수 있다. 짧게는 몇 초 만에 결과물이 나올 정도다. 단순히 사진만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하얀 스피츠 종의 반려견도 그림에 넣어줘" 같은 요청도 반영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인 화풍은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작품으로 잘 알려진 지브리는 특유의 감성적인 색감과 따뜻한 배경으로 사랑받는다. 이에 지브리 풍으로 바꾼 이미지는 마치 자신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다.
대구 직장인 이모(여·31)씨는 “장난삼아 시작했는데, 금세 진지해져서 밤을 새버렸다. 지금도 퇴근해서 사진 바꾸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중독돼 버렸다"고 했다. 권모(여·28)씨도 “가족사진을 전부 지브리 풍으로 바꿨다"며 “엄마가 내가 만든 작품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둬서 괜스레 뿌듯하다"며 웃었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 '하얀 스피츠' 강아지를 넣은 챗GPT 그림. 차례대로 지브리풍, 디즈니풍 그림. <챗GPT>
SNS에서는 각종 변환 이미지가 쏟아지고 있다. '챗 GPT'만 검색해도 지브리 풍 사진들이 넘실댄다. 네티즌들은 인기 드라마 남녀 주인공의 사진을 지브리를 비롯해 슬램덩크, 심슨, 코난 등 다양한 스타일로 바꿔 '같은 사진 다른 느낌'을 공유하거나, 아이나 반려동물의 실사와 변환한 그림을 나란히 배치해 올리는 식으로 즐기는 중이다.
이 같은 열풍은 챗 GPT의 이용자 수 증가로도 이어졌다. 1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챗 GPT 국내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는 125만2천925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1일 79만9천571명과 비교해 급증한 수치다. 이전까지는 업무용 도구 등으로 주로 여겨졌던 AI이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일상 속 놀잇감'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다만, 이 기능이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작품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행위 자체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오픈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원작 이미지가 무단 활용됐다면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브리 스튜디오 등에선 아직 관련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브리 측이 조만간 오픈 AI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