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달 동안 노시갑·나현철·이지영 작가 순차전
참여작가 각각의 통찰력 품은 3인3색 사진전
‘잡초’와 ‘공구’, ‘일상의 풍경’ 품은 작품 눈길

노시갑 작
남다른 통찰력으로 대상을 관조하는 사진작가 3인의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대구 김광석길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예술상회토마는 4월 한 달 동안 노시갑, 나현철, 이지영 사진작가가 순차적으로 참여하는 'Earth in Focus'展(전)을 개최한다.
전시명 'Earth in Focus(초점이 맞춰진 지구)'는 환경 문제에 대한 예술적 해석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여 작가 3인은 지구와 환경이라는 대주제 아래 일상 속에서 체득한 경험과 관심사를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전을 선보인다.
먼저 경북대 농생명대 교수로 재직했던 노시갑 작가의 사진전 '잡초'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노 작가는 대학 강단에 설 당시 캠퍼스 앞 버스정류장 바닥에서 우연히 발견한 들풀의 모습에 매료돼 잡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노 작가의 사진은 마치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필름 위에 직접 잡초를 올려놓은 후 빛을 투영해 음영(陰影)을 만드는 '포토그램'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포토그램 기법의 특성상 잡초의 세밀한 부분까지 볼 수는 없지만, 일반 흑백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이감과 조형성이 두드러진다. 또한 한 개의 작품은 9개 프레임으로 이뤄져 있는데, 모두 같은 종의 잡초지만 각기 다른 개체로 구성돼 있다. 이는 모두 다른 형태일지라도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노 작가는 “최근 잡초에서 유용한 성분들이 발견되면서 잡초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나현철 작
나현철 사진전 'Tools(공구)'는 오는 11~20일 열린다. 나현철은 이번 전시에서 공구의 일부를 표현한 사진과 더불어 각 공구의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색채를 조합한 디지털 이미지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작들은 '새로운 대상을 만날 수 없다면, 대상을 분해하면 어떨까?'라는 독일 유학 당시 나 작가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전자제품을 분해해 촬영하기 시작하며 작업의 발판을 마련했고, 유학시절 집 곳곳을 수리하며 체득한 공구의 기능과 외관은 나 작가에게 새로운 창작활동의 모티브가 됐다.
특히 디지털 이미지 작품들은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세계적 공구회사들의 브랜드 상징 컬러로 구성돼 남심(男心)을 저격한다. 나 작가는 “독일에서 건물 수리 등을 직접 하면서 공구에 관심을 가졌고, 공구를 클로즈업하면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공사장에 있는 것 같은 상상 아래에서 작업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지영 작
이지영 사진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는 오는 21~30일 열린다. 나무, 꽃, 돌, 풍경 등을 담은 20여점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프레임에 담은 이 작가의 사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생활 속의 한 공간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독일에서 공부한 이 작가는 유학 당시 독일 사진의 거장 칸디다 회퍼로부터 공간과 풍경 사진을 배우기도 했다.
이 작가는 그저 바라보기에 예쁜 것이 아닌 피사체가 품은 내면의 모습에 집중한다. 이 작가는 “(작품의 대상을 고를 때) 주로 관심 밖의 대상을 클로즈업해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한다.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대상이 나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찍는 대상들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다. 사람, 공간, 건축물, 풍경, 식물이다. 나는 이들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계속 표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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