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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포항의 봄

2025-04-02
[영남시론] 포항의 봄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그의 작품 '황무지'를 통해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의 포항을 보면, 그 문장이 절감된다. '굿뉴스'보다 '배드뉴스'가 더 많다. 한때 국가 산업화의 심장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포항은 지금, 안팎으로 거센 풍랑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 2위 철강 생산국 인도가 수입 관세를 검토하는 한편, 유럽연합(EU)도 이번 달부터 무관세 혜택을 축소키로했다. 수출길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중국산 저가 철강으로 신음하는 '철강도시, 포항'으로서는 시쳇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최근 포항 2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함께, 당진제철소 및 인천공장으로의 전환 배치를 신청받는 등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엄습하는 듯하다. 포항의 또 다른 먹거리로 주목을 받았던 2차전지 산업마저 '캐즘(chasm)'에 빠지며 위기가 가중되는 모양새다. 급성장하던 2차전지 시장이 수요 및 기술의 벽에 부딪히면서 신규 투자와 고용이 주춤해졌고, 포항에 둥지를 튼 관련 기업들의 경영 부담도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중국 화유코발트와 1조2천억원을 들여 포항에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던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9월 이 계획을 철회했다.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말까지 포항캠퍼스에 4천732억원을 투입, 생산시설을 증설키로 했으나 이를 2026년까지로 미뤘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2차전지 소재기업들의 가동률이 30% 안팎에 머무를 만큼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상황이다.

여기에 지역 최대 숙원사업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도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해권 균형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꼽혔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기존 노선에 대한 변경 검토에 들어가며 18년째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새로운 노선 검토에 지역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석영 경북도의원은 최근 경북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영일만대교는 단순한 관광용 다리가 아니라 포항과 경북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투자이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사업"이라면서 원안대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발전의 양대 축이던 철강과 2차전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영일만대교마저 늦춰진다면, 포항은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삼중고에 빠지게 되는 형국이다.

근본적인 해법마련이 절실하다. 지역 스스로의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세제 혜택, 금융지원, 고용 안정 등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철강산업특별지원법' 제정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철강은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국가 기반산업이며, 철강산업의 위기는 곧 국가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에 특별한 보호와 지원은 당연하고 정당하다. 이와 함께 영일만대교의 조속한 착공을 위해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포항은 바닷가 갯벌 위에 제철소를 세우고 '영일만의 기적'을 일궈낸 저력의 도시다. 지금의 위기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차고 넘친다. 다만, '제2의 기적' 역시 지역민들의 의지를 기반으로 정책적 지원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절실하고 진정성 있는 협력이 가시화될 때, 그때부터 포항의 봄은 시작될 것이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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