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력량과 실업급여 등
국내 경기침체 가능성 암시
불황 덜 타는 산업도 직격탄
'불황 뒤 호황' 이론 비웃듯
불황 끝에 더 깊은 불황 우려
![]() |
홍석천 산업팀장 |
립스틱 지수도 있다. 립스틱 판매량으로 경기를 예상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둔화하면 여성들이 값싼 립스틱으로 멋을 내려 한다는 논리다. 치마길이 이론도 비슷한 사례다. 경기가 나쁠수록 여성들은 자신을 돋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어 미니스커트를 선호해 판매가 늘어난다.
지금 경기가 심상찮다. '언제 불황 아닌 적 있었나'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바닥 경제의 한기는 진짜 심각하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도 어느 때부터인가 점심시간에도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1천여 세대가 밀집해 있는 아파트 상가가 상당수 주인을 찾지 못해 '임대' 간판이 붙어 있다. 각종 도매상들이 밀집한 유통단지나 서대구 공단에서 나오는 택배 물량도 눈에 띄게 급감했다. 모두가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산업용 전기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전기 판매량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24년 11월 전년 대비 4.7% 감소하더니 12월에도 2.6%, 지난 1월에는 4.9% 감소했다. 경기침체에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잇달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시장 역시 냉골이다. 올 2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1% 늘어난 11만7천명을 기록했다. 1997년 통계 집계 이래 2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문제는 불황의 양상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경기하락기에도 강한 생존력을 보이며 '불황산업'으로 불리는 업종들이 이번에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 산업이다. 30년 장기불황을 겪었던 일본에서도 꾸준히 성장했던 편의점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편의점 업계는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매분기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징후는 보였지만 올해는 더 심각하다. 일부 브랜드는 매출액 감소와 적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불황기 인기 상품인 라면도 마찬가지다. 수출로 버티고 있지만 국내 매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때도 매 분기 20~30% 증가했지만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뒷걸음질 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호황과 불황은 반복된다. 5년간의 코로나19 불황기를 거친 지금 경제학적으로 호황기에 들어섰거나 최소한 그에 준하는 상황이어야 한다.
얼마 전 주52시간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인력 채용이 힘들어졌다고 하소연을 했던 한 기업은 이젠 도리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365일 24시간 풀가동 하던 5개 생산라인 중 3개 라인을 세워두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성수기를 대비해 지금은 생산라인을 풀가동해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쌓인 재고 때문에 더 쌓아 둘 곳도 없다"면 "사업 시작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때도 하지 않던 인원감축을 올해 처음으로 하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불황 끝에 호황이 아닌 더 깊은 불황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 경제의 중심축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희망을 가지기 힘든 이유다.
홍석천 산업팀장

홍석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