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409020292678

영남일보TV

결핍과 치유의 기록…젊은 시조시인 이나영의 ‘나의 파수꾼에게’

2025-04-09 13:34
결핍과 치유의 기록…젊은 시조시인 이나영의 ‘나의 파수꾼에게’

이나영 시인

젊은 시조시인 이나영이 두 번째 시집 '나의 파수꾼에게'를 펴냈다. 시인동네 시인선 249로 출간된 시집은 상실의 고통을 겪는 주체의 결핍과 치유의 기록이다.

'내가 나로 사는 것을/ 견딜 수 없을 때// 새카만 나를 벗어/ 바다에 내던진다/ 수평선 가장 먼 곳까지/ 떠내려가 보려고// 혼잣말 한 방울씩/ 물결에 풀어내며// 밤낮으로 유영하면/ 침묵이 찾아올까/ 파도를 견디고 나면/투명한 내가 될까' ('나의 파랑' 전문)

시조는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문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나영의 시조는 다소 다르다. 상실의 고통에 장악당한 주체가 스스로 해방되는 과정을 세련되게 담고 있다. 대구 출신이라 바다가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시인은 현재 경남 거제에 살고 있다. 그곳에서 본 바다와 윤슬, 파도 등도 함께 많이 담겼다.

결핍과 치유의 기록…젊은 시조시인 이나영의 ‘나의 파수꾼에게’

나의 파수꾼에게/이나영 지음/시인동네/116쪽/1만2천원

'깊숙한 호흡까지 끌어다 묶은 탓에// 폭신한 매듭들이 맨발에 돋아나요// 온 세상 당신을 딛고/ 한 발짝씩 내딛습니다// 매달린 이름들이 한 뼘 더 무거워지면// 당신의 눈동자를 걸으러 갈 거예요// 고백을 빼앗기기 전/ 무해한 모습으로' ('나의 파수꾼에게' 중)

시집 속 '당신'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 안의 결핍과 회한, 상처를 환기시키는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런 당신이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사랑할 때 당신은 '나'를 지키는 '파수꾼'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편재하는 당신에게 안부를 물으면서 이별을 받아들인다.

이정현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해 “시인은 사랑을 신뢰하면서도 배신과 패배로 점철된 사랑의 이면을 외면하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부재와 결핍을 끌어안으면서 이별의 주체는 태어난다"며 “우리는 누구나 이별의 주체가 된다. 그때 이나영의 시들은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나영 시인은 1992년 대구에서 태어나 한양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시집으로 '언제나 스탠바이'를 냈다. 지난해까지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문학 MD로 일하다 현재 시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기자 이미지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