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재선충 방제에 298억 투입…문화유산 밀집지역서 부주의 작업 우려
외국인 인부 작업 중 석조여래좌상 충돌…“무감독 벌목은 무책임”

경주 남산에서 인부들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벌목하면서 용장계 사곡 제1사지 석조여래좌상(등부분)이 훼손된 모습. 독자제공

경주 남산에서 인부들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벌목하면서 용장계 사곡 제1사지 석조여래좌상이 훼손된 모습. 독자제공
경주시가 재선충 방제를 위해 남산 일대에서 대규모 벌목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현장 감독 부실로 인한 문화재 훼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노천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은 수많은 문화유적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작업 과정의 철저한 감독과 문화재 보호 인식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9일 현장을 찾은 지역 문화해설사 A씨는 “외국인 인부들이 베어낸 소나무가 쓰러지며 '경주 남산 용장계 사곡 제1사지 석조여래좌상'의 어깨, 허리, 등, 무릎 부위를 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며 “나무 껍질이 몸체에 그대로 묻은 흔적도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감독이 없거나 매우 부실해 문화재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주시는 올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총 298억 원을 들여 재선충 방제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남산지구에는 68억 원이 투입돼 감염 소나무 4만2천 그루를 이달 말까지 벌목·파쇄·훈증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방제 구역만 90곳이 넘어, 현장 점검은 2~3일에 한 번꼴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남산 전역이 사적으로 지정돼 있을 뿐 아니라,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를 포함해 760여 점의 비지정 유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작은 부주의도 문화재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벌목 작업에 투입된 인부 다수가 불교 문화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 근로자인 데다, 별도 감독 없이 작업이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세계적 유산인 남산을 외국인 인부에게 맡기고 감독도 없이 작업하는 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경주시민 B씨는 “문화유산 보호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작업 방식과 감독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외국인 인부들에게 매일 아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문화재 훼손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한 방제는 불가피하며, 문화재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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