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재선충 방제에 298억 투입…문화유산 밀집지역서 부주의 작업 우려
외국인 인부 작업 중 석조여래좌상 충돌…“무감독 벌목은 무책임”
경주 남산에서 인부들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벌목하면서 용장계 사곡 제1사지 석조여래좌상(등부분)이 훼손된 모습. <독자제공>
경주 남산 용장계 사곡 제1사지 현장. 베어낸 소나무 더미가 석조여래좌상 무릎 앞까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노천박물관'이라 불리는 사적 제111호 남산 일대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으로 몸살을 앓는 현장이다. 이곳에 안치된 비지정 유물인 석불 좌상은 어깨와 허리, 등 부위에 외부 충격으로 인한 흔적과 나무껍질 오염이 고스란히 남았다.
현장을 목격한 지역 문화해설사는 "벌목된 소나무가 쓰러지며 불상을 직접 타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보호 조치 없이 나무가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석조 유물이 관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문화해설사는 "세계적 유산인 남산을 외국인 인부에게만 맡기고 감독관도 배치하지 않은 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주 남산에서 인부들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벌목하면서 용장계 사곡 제1사지 석조여래좌상이 훼손된 모습. <독자제공>
이번 방제 사업은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시가 총 298억 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대규모 환경 정비의 일환이다. 남산지구에만 68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이달 말까지 감염목 4만 2천 그루를 벌목·파쇄·훈증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90곳이 넘는 방제 구역을 감당하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지자체의 현장 점검은 2~3일에 한 번꼴로 시행되는 실정이다.
문제는 남산 전역에 산재한 760여 점의 비지정 유물들이 이 같은 '속도전'식 방제 작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 외에도 골짜기마다 자리한 수많은 유적은 작은 부주의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투입된 인력 상당수가 불교 문화재에 대한 이해가 낮고, 사전 교육도 받지 않았다는 점도 현장 관리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을 지켜본 시민 김지성(54)씨는 "문화유산 보호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관리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며 작업 방식과 감독 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경주시는 외국인 인부를 대상으로 매일 아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문화유산과는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한 방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향후 교육을 강화해 추가적인 문화재 훼손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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