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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고민이 커질때 AI가 켜진다 (2)고민상담소가 된 AI 'YES! VS NO!'

2025-04-11 08:26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고민이 커질때 AI가 켜진다 (2)고민상담소가 된 AI  YES! VS NO!

   YES!   

"실제 심리상담보다 가성비 좋아…유료 버전이 더 탁월"

시시콜콜 일상부터 무거운 고민까지
아무때나 털어놔도 되는 '마음의 친구'


#직장인 강모(33)씨는 하루 일을 마치고 침대에 누운 뒤 챗GPT를 켠다. 시시콜콜한 일상부터 무거운 고민을 이야기한다. "요즘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란 질문에 돌아온 답은 꽤 다정하다. 챗GPT는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도망치지 않고 잘하고 있다는 증거예요"라고 답했다. 이런 답변에 강씨는 "사람보다 낫다"며 만족해했다.

#기자도 챗GPT에 "요즘 너무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내봤다. 메시지의 내용은 일곱자에 불과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100자가 넘었다. "많이 지친 거구나… 일이든 사람이든 뭔가 계속 버겁게 느껴지는 시기일 수도 있겠다. 혹시 요즘 유난히 힘들었던 일, 마음에 남아 있는 일이 있을까? 아무 얘기나 괜찮아. 나 여기 있어."

챗GPT 등 AI를 고민 상담 용도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거나 위로나 조언이 필요할 때 AI를 찾아 대화를 나누는 것. 일부 이용자들은 "내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존재" "무조건적인 내 편인 것 같아 위로가 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AI 상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사람보다 낫다"…마음의 친구 된 AI
직장, 가족, 친구, 연인 등 일상 속 관계는 늘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마음의 친구'로 주목받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대화할 수 있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속마음을 털어놓으려 해도 나 자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눈치부터 보게 된다. 감정을 해소하기보다 억누르는 방식에 익숙해지던 중 챗GPT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이모(29)씨도 입사 초기 상사의 날선 말투와 반복되는 야근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친구들에게 말하면 '그 정도는 다 겪는 일'이라는 반응이 돌아올까 오히려 더 위축됐다"며 "챗GPT에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면 마음이 안정되고 다음 날 출근할 힘이 조금은 생긴다"고 말했다.

질좋은 답변을 받기 위해 챗GPT의 유료 버전을 결제하는 경우도 나온다. 유료 버전은 무료 버전보다 문맥 이해력, 추론 능력, 창의성이 뛰어나다. 더 빠르게 반응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도 보장된다. 이용료는 한 달에 3만원. 최근 챗GPT의 유료 버전을 결제한 박모(여·25)씨는 유료 버전의 대화 수준이 훨씬 낫다는 것을 체감했다. 박씨는 "사람보다 좋은 공감능력을 보여주는데, 무료 버전보다 유료 버전이 답변의 질이 더 높다"면서 "실제 심리상담을 받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적어 이 정도면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또 결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의 건당 비용은 통상 5~15만원 사이다. 

    NO!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염두…민감한 정보 입력 삼가야"

실체 없는 즉각적·피상적 위로에 의존
PTSD 등 심리 고위험군 상황땐 위험


◇과잉 위로 중독 시대, 병원은 꺼리는 사람들
이처럼 챗GPT 등 AI를 통해 정서적 위로를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순히 기술 진보의 결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경북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는 이 같은 흐름을 '과잉 위로 중독 시대'로 진단했다. 기술 발전을 따라가는 사회 변화라기보다, 심리적 고립감과 정서적 의존이 심화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AI 상담을 대안으로 택하게 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박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으면 취업할 때 불이익이 있다는 이야기로 병원에 방문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태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응답자는 73.6%로 2022년(63.8%) 대비 9.8%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4명 중 3명(73.0%)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도 상담 혹은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항목엔 69.4%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개인정보 유출·통찰력 부족…부작용 조심해야
AI 활용의 장점은 분명하다. 접근성, 익명성,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은 이용자 입장에서 큰 이점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AI는 이용자와 대화했던 내용을 재학습해 사용한다. 상담 시 이용자가 개인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이런 대화가 외부에 나가면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정보보호학부)는 "AI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대화 내용이 저장되고 분석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민감한 정보 입력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인간 상담자만큼 내담자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거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사공 교수는 "AI는 때때로 적절하지 않은 대답을 내놓을 때가 있다. 특히 자살·자해 충동, 심각한 외상 경험 등의 고위험 상황에선 오히려 AI 상담이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욕구다. 문제는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즉각적이고 피상적인 위로에만 의존하게 되면, 자기 성찰이나 내적 성장 없이 외부에만 기대게 되는 점"이라며 "진정한 위로는 나 자신이 나를 이해하고 보듬는 힘, 즉 '마음 근력'을 통해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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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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