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반짝 증가 뒤 다시 감소…매출 회복 없어
“고금리·정치 불안에 소비 꽁꽁”…자영업 위기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이 전국적으로 역대 최장의 불황에 빠진 가운데, 대구·경북도 끝이 없는 내수 한파에 휘청이고 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불변지수)는 103.8(2020년=100)로, 전년 같은 달보다 3.8% 하락했다. 2023년 5월 이후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22개월째 내리막이자,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 부진이다. 생산지수는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지표로, 숙박·음식점의 매출 흐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대구·경북도 비껴가지 못했다. 대구의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130.2에서 2024년 129.4로, 경북은 120.7에서 120.0으로 각각 하락했다. 한때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대구‧경북의 업황은 다시 팬데믹 수준의 매출 침체로 되돌아갔다.
창업 흐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자료를 보면 대구의 일반음식점 수는 2023년 970개 → 2024년 1천19개로 잠시 반등했지만, 2025년에는 다시 1천4개로 줄었다. 경북도 645개 → 671개 → 667개로 늘지 못하고 정체 상태다.
한식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대구는 2023년 1만1천924개 → 2024년 2만134개로 급증했지만 2025년엔 1만9천850개로 감소했다. 경북도 3만667개 → 3만360개 → 3만118개로 줄었다.
현장의 목소리는 통계 수치를 훨씬 압도한다. 곳곳에서는 “이대로는 정말 죽겠다"는 절박한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중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A씨는 “평일 점심 장사로 5만원도 못 버는 날이 많다"며 “재료값은 오르기만 하는데 손님은 끊겼고, 대출이 걸려 있어 폐업도 못 한다. 요즘 가장 무서운 게 아침에 가게 문 여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숙박업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대구의 펜션‧게스트하우스는 2023년 61개에서 2024년 98개, 2025년 138개로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규모가 작고 실질적인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경북은 2023년 2천502개 → 2024년 2천999개 → 2025년 3천408개로 계속 증가세지만, 지역 내 수요를 고려하면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 위축은 정치‧외교적 불확실성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작년 말 항공기 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국면, 미국발 관세 폭탄 등 복합적인 대내외 리스크가 소비 심리를 짓눌렀다고 진단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음식점업의 위기가 숙박업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전국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0.4로 떨어진 반면, 숙박업은 119.0으로 비교적 견고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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