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 “떠날 생각” 인천, 세종, 울산 제치고 1위
‘더 나은 일자리 위해 떠난다’ 48.5%로 가장 많아
문화·교육·의료·주거환경 등 요인도 적잖아
전문가 “청년 떠난 뒤 돌아올 수 있는 정책 필요”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4층 열람실에서 청년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DB

특광역시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 출처:통계청

대구지역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를 질문한 결과. 출처:통계청
대구가 '청년이 가장 떠나고 싶어 하는 도시' 1위에 올랐다. 부족한 일자리와 문화생활 부재 등이 사회 핵심 동력인 청년의 '탈(脫)대구'를 고려하게 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16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구 거주 청년(만 19~34세) 중 28.6%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전국 8개 특·광역시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어 인천(28.5%), 울산(24.5%), 세종(23.0%), 부산(21.2%), 대전(20.4%), 광주(17.0%), 서울(14.7%)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 동일한 조사에서 대구는 27.6%로 세종(35.0%), 인천(30.0%), 울산(27.7%)에 이어 넷째였다. 지난 2년간 세종(-12%포인트), 인천(-1.5%포인트), 울산(-3.2%포인트)이 감소하는 동안 대구는 오히려 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청년이 대구를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부족'(48.5%)으로 파악됐다. 이어 '더 나은 문화생활'(15.4%), '더 나은 주거환경'(14.5%), '더 나은 교육·보육·의료 환경'(11.6%), '통학·통근 어려움 해결'(5.5%) 순이다. 이번 청년의 삶 실태조사는 지난해 6~8월 전국 17개 시·도 1만5천여 일반 가구 중 만 19~34세 가구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구지역 '일자리 부족' 문제의 심각성은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를 보면 더 도드라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상반기 기준 대구지역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22만5천명이다. 2018년 대비(17만8천명) 26.4%나 늘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박은희 대구정책연구원 인구·복지전략랩 단장은 “인천·세종·울산은 대기업과 주요 공공기관 등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이탈률이 줄어든 반면, 대구는 대기업이 없다시피 해 청년이 지역을 떠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대구시 요청으로 '청년정책기본계획'을 연구 중이다. 복지 및 문화 개선 등 청년을 지역에 붙잡아 둘 다양한 방안을 도출해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청년의 문화예술활동 참여율이 저조한 것 또한 '더 나은 문화생활'을 위해 대구를 떠나겠다는 청년의 의견을 방증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 경우 청년의 39.6%가 “정기적으로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대구는 28.3%에 불과해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대구지역 청년 개개인과 지역발전을 함께 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체계 구축을 청년 유출예방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요한 지역과인재 대표는 “대구는 학구열이 높고 고학력자가 많지만 '본사 기능', 즉 회사의 주요 직무가 있는 기업이 부족해 인재 수요와 공급의 갭이 유독 큰 지역"이라며 “통계는 한 가지 이유만 묻기 때문에 청년이 떠나는 이유가 일자리 하나로 좁혀지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가정 분위기, 조직 문화, 호기심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역을 떠나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지역에 남으려는 청년에게는 어떤 유형이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특히 호기심 등으로 서울로 떠났던 청년이 다시 돌아오길 희망할 때 정착을 지원하는 '유턴 정책'이 필요하다. 좋은 인재가 서울에서 경험을 쌓고 다시 돌아와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구조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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