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대학생 설문조사
경북대·계명대 캠퍼스 일원
![]() |
![]() |
16일 대구 북구 경북대 대구캠퍼스(위쪽)와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일원에서 대학생들이 '영남일보 현장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10명 중 7명 "대구를 떠날 수도"
대구를 떠날 수도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10명 중 7명에 달했다. '대구에 계속 거주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51명 중 39.1%(59명)가 '아니요', 28.4%(43명)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탈대구 의향이 있는 잠재적 응답자는 67.5%인 셈이다. 반면, 대구에 계속 있겠다는 응답은 32.5%(49명)이었다.
'대구를 떠나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묻자, 응답자 126명 중 62.7%(79명)가 수도권을 선택했다. 이어 해외로 가겠다는 응답률은 19.1%(24명)였다. 비수도권행은 16.7%(21명),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5%(2명)였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면 대구를 떠나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응답자(140명)의 59.3%(83명)가 '양질의 일자리'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이어 '문화 인프라'(20.0%·28명), '낮은 임금'(15.7%·22명), '주거환경'(1.4%·2명), '교육환경'(0.7%·1명) 등 순이었다. 기타는 2.9%(4명)였다.
"대구엔 공기업마저 별로 없고
경력 쌓더라도 저임금 시달려"
놀거리·즐길거리 부족도 지적
이주 선택지는 대부분 수도권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요"
대학생 다수는 '대구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기 보다 '살 수 없다'라는 현실적인 이유들을 들었다. 그 핵심은 단연 일자리였다.
박다민(여·20)씨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대구엔 관련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했다. 간호학과 학생 A(21)씨는 "취업할 만한 병원이 대구에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로봇공학을 전공하는 김선우(23)씨는 "수도권엔 다양한 취업기회가 있어서 올라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현(26)씨는 "아무래도 고용 문제가 해결돼야 대구에 청년들이 모일 수 있고 거기에 대응하는 부가적인 서비스나 시설들도 생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비수도권 도시로의 이탈 이유 역시 '일자리' 비중이 컸다. 김모(여·23)씨는 "경남 창원이나 경북 구미 등에 있는 좋은 기업들을 찾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조건부 대구 정착 의사를 피력한 이들도 있었다. 김모(여·20)씨는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는데, 대구엔 공기업이 별로 없다"며 "더 많은 공기업이 이전해오면 가급적 대구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 최모(26)씨는 "월급과 근무여건 등 환경은 확실히 수도권이 낫다"고 했다. 금융분야 취업을 희망한다고 밝힌 조예준(22)씨는 "대구에 직장이 별로 없다"며 "일자리 문제만 해결되면 대구에 있고 싶다"고 했다.
계명대에서 만난 한 교수는 "요즘 대구에선 사실상 공무원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더 대구를 찾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낮은 임금' 역시 중요한 이탈 요인이다. 이는 일자리 부족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박찬민(27)씨는 "'양질의 일자리'와 '낮은 임금'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만큼 대구엔 경력만큼 임금을 주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통역 관련 일자리를 찾는다는 김혜정(여·25)씨는 "서울에는 통역일을 할 때 시급 1만5천원이나 아예 일급으로 20만~30만원을 주는데, 대구는 최저시급 혹은 그 언저리로 고용하는 데가 많다"고 강조했다.
대구만의 문화적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동욱(22)씨는 "대구는 놀거리와 즐길 수 있는 문화도 부족하다"고 했다. 이준형(20)씨는 "대구만의 특색이 드러나는 문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채연(여·22)씨는 "재밌고 새로운 뮤지컬이나 연극들은 모두 서울에서 시작하고 서울에서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즐길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주거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한 중학교 교사 박모(30)씨는 "대구엔 휘황찬란한 건물들만 있지, 내 집은 없다"며 "신축 건물들은 분양은 안되는데 가격만 높고, 낮은 임금으로 언제 내 집을 마련하겠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밖에도 "사회가 너무 보수적이다" "생활하기에 너무 더워서 불편함이 많다"는 기타 의견도 나왔다.
◆"그래도 대구에 남고 싶어"
탈 대구를 외치는 목소리 중에서도 '계속 대구에 남고 싶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박진혁(20)씨는 "대구 토박이인데다 교통도 다른 지역보다 잘 돼 있다"며 "만약 타지에 있는 회사에서 나를 채용한다면 그곳에 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대구를 떠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한 청년은 "대구 임금이 낮긴 하지만, 대구에 본가가 있으니까 굳이 타지로 떠나서 불필요한 주거비를 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선정(25)씨는 "다른 지역에 새로 적응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리스크를 감안하고 다른 지역으로 갈 만큼의 단점은 아직 대구에서 못 느꼈다"며 대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서민지·박지현·방정원·이나영·양수빈기자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
박지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