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국 82곳 지정…대구경북 포함 기관 모두 미개소 상태
안동병원, 2018년부터 지정됐지만 6년째 개소 못 해
복지부 “30곳 이상 개소 지연”…지방 의료 현실 반영 못 해
지역에 거주하는 한 고령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 계단 너머의 병원을 바라보고 있다. 진입로에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영남일보 AI 제작>
병원을 바라보는 휠체어 노인
대구 시내 한 대형병원의 건강검진센터 입구엔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서면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탈의실이나 특수 검진 장비는 찾아보기 어렵다. 센터 직원은 "지정은 됐지만 시설 공사나 인력 충원 문제로 아직 정상 운영은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일반 검진 절차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12월 대구의료원과 경북대병원 등 대구·경북권 공공의료기관 5곳을 장애친화 기관으로 지정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현장은 아직도 '준비 중'이다. 올해 4월말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서 장애인 전용 검진실 문을 열고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김 모(61)씨는 최근 국가 검진을 받기 위해 집 인근 병원을 찾았다가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김씨는 "휠체어에서 내려 검진대에 올라가야 하는데 도와줄 인력도 없고 장비도 마땅치 않아 결국 검사를 포기했다"며 "뉴스를 보고 기대를 했는데 실제론 예전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고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 같은 현장의 공전은 지역 인구 특성과 맞물려 더 심각한 양상을 띤다. 대구와 경북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장애인의 비중이 가파르게 늘면서 특수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춘 검진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8년 지정된 안동병원이 7년째 개소를 미루고 있는 등 지역 의료 인프라의 시계는 멈춰 있다.
지정 기관들이 선뜻 문을 열지 못하는 배경에는 예산과 현실의 괴리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시설 구비를 요구하지만, 병원 측은 인력 인건비 부담과 고가의 특수 장비 도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복지부는 전국 지정 기관 82곳 중 30여 곳이 기한 내 개소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병원 원무과 직원은 "수도권과 달리 지역은 의료 인력 수급 자체가 전쟁인데, 장애인 전용 인력까지 배치하라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정부 지원이 시설비 일부에 그쳐 운영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 지정 기관 21곳의 장애인 검진율이 0.3%에 불과한 이유와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행정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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