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팀 로봇 참가 하프마라톤…21.097㎞ 제한시간 3시간30분
키 180㎝에 52㎏ ‘텐궁 울트라’ 시속 8~10㎞로 결승선 1위 통과
새벽부터 관전인파 자리 쟁탈전…중국인들 감격 “머잖아 우리 삶에도 영향”
![[세계 최초 로봇 마라톤]팔 교차하며 두 발로 성큼성큼…“멀리서 보면 흡사 인간 러너”](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20.49999be0972f4a3684fb3ed2c187c858_P1.jpg)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 지구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노에틱스 로보틱스가 제작한 'N2로봇'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박영민기자
![[세계 최초 로봇 마라톤]팔 교차하며 두 발로 성큼성큼…“멀리서 보면 흡사 인간 러너”](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20.90ba8477f4a748748dcd891ff72a1182_P1.jpg)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에서 드로이드업이 제작한 'X02'가 사람과 함께 달리고 있다. 박영민기자
19일 오전 7시30분쯤(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남부 이좡 난하이쯔공원 일원. 세계 최초로 열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의 출발점으로부터 5㎞ 가량 떨어진 이곳에는 경기 시작 2~3시간 전인 새벽부터 로봇이 인간 러너들과 함께 뛰는 역사적 순간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한 시민 및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최 측은 안전상 이유를 들며 취재진의 출발지점 통행도 허가하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로봇 마라톤을 향한 중국인들의 자부심과 열기는 충분히 느껴졌다. 묘한 흥분과 설렘이 가득한 베이징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당국의 철통같은 보안 속에 이날 새벽부터 마라톤 코스 일대 도로는 차량 및 행인의 전면 통제가 이뤄졌다. 도로를 절반으로 나눠 한 쪽은 '인간 러너'가, 다른 쪽은 '로봇 러너'가 달리도록 했다. 로봇 러너들이 자칫 인간 러너와 부딪혀 파손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다수 시민은 로봇 러너가 잘 보이는 쪽에 자리를 잡고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짜요(화이팅)"라고 외치며 로봇과 인간 모두를 응원했다.
이날 대회의 관심은 단연 로봇 러너들이었다. 주요 지점마다 로봇 러너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한 치열한 자리 쟁탈전도 펼쳐졌다. 인간 러너 중에서도 본인의 기록은 뒷전으로 미룬 채 핸드폰으로 로봇 러너를 촬영하며 뒤따라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일부는 “로봇이 뒤에 잘 따라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라고 소리치며 로봇 러너들을 목 빠져라 기다리는 시민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마라톤 참가 로봇 중 5㎞ 구간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톈궁(天工) 울트라'였다. 키 180㎝. 무게 52㎏에 두 팔, 두 다리를 갖춘 톈궁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인간 러너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두 팔과 두 다리를 빠르게 교차하며 역주하는 톈궁의 모습에 중국인들은 열광했다.
톈궁은 앞서가는 '인간 내비게이터'를 인식해 그의 뒤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달렸다. 톈궁의 뒤에는 한 관계자가 함께 뛰며 송신기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이 로봇은 러닝화를 신은 두 발로 성큼성큼 달리며 인간 러너들과 비슷한 속도인 시속 8~10㎞로 달렸다.
톈궁에 이어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로봇은 노에틱스(Noetix) 로보틱스의 'N2로봇'이었다. 키는 120㎝ 정도로 톈궁보다 작았지만, 달리는 자세는 오히려 인간에 더 가까웠다. 특히 앞서가는 내이게이터 없이 홀로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아쉬움점도 있었다. 관객들이 참가 21개 로봇을 모두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로봇이 주행 시작과 동시에 넘어지거나, 파손되면서다.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 형상을 한 선눙(神農)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출발선을 벗어난 직후 너무 빠른 속도로 전진하다 조종 인력 범위를 넘어 넘어지고 말았다. 젊은 여성의 얼굴을 한 강바오(鋼寶)의 로봇 '환환'(幻幻)도 느릿느릿 나가다가 조종수의 부축이 다소 느슨해진 사이 뒤로 넘어져 파손되고 말았다. 이번 대회 규칙은 로봇이 경기 중 넘어지면 혼자 일어나야 한다. 넘어지면 사실상 '아웃'인 셈이다. 다만,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로봇을 바꿔 계주 형식으로 달리는 방식은 허용됐다.
이날 로봇들은 베이징 난하이쯔공원 남문에서 퉁밍호 정보센터까지 21.097㎞를 달렸다. 제한시간 3시간30분이라는 인간으로서도 만만찮은 조건을 달고 3팀의 로봇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는 기쁨을 누렸다. 우승은 이변 없이 '톈궁'에게 돌아갔다. 톈궁 팀 관계자는 우승 소감으로 “중요한 업적을 거둬 매우 기쁘다"며 “오늘은 톈궁이 할 수 있는 동작 기능 중 아주 일부만 시연한 것이고, 앞으로 혁신적인 기술과 응용 분야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톈궁에 이어 2위와 3위는 모두 노에틱스 로보틱스(Noetix)의 'N2로봇'를 사용한 팀들이었다. N2로봇을 사용한 2위 '리틀너티보이팀'은 3시간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팀은 같은 제품을 사용한 3위 토네이도 팀을 결승선에서 맞이하며 '형제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을 현장에서 지켜본 중국인들의 반향은 컸다. 일부 중국인은 감격해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이었다. 쑨(30·중구 베이징 거주)씨는 “세계 최초 로봇 마라톤을 뛰는 사진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챙겨 왔다"며 “로봇이 사람만큼 빨리, 또 오래 뛰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고 했다.
료예(여·43·베이징 거주)씨는 “지난 1월 로봇 'G1'이 인간처럼 춤을 추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놀랐는데, 오늘 다시 한번 더 놀랐다"며 “로봇이 인간과 발을 맞춰 뛰는 모습을 보니 머지않아 로봇이 우리 삶에 깊게 영향을 주는 날이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인이 되면 로봇의 돌봄을 받으면서 살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국 베이징에서 이승엽기자

이승엽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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