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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아부지 '식사하셨어요'

2025-05-02
지난 주말, 아버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몇 년 만이었다. 아니, 처음이었다. 그냥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였다. 평소 초등학생 아들에게 "할아버지께 전화드려볼까?" 하며 대신 전화를 건넸던 적은 있었지만, 내가 직접 아버지 얼굴을 보기 위해 전화를 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아버지 입장에선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을 거다. 화면이 켜지자 "무슨 일 있나?"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아니, 그냥 했지" 하자 아버지는 잠깐 멈칫하시더니 이내 "그래, 그래" 하셨다.

사실 우리는 아버지에게 무심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색하다는 이유로 안부 한 번 제대로 묻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자꾸 아버지가 생각났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계기였다. 극 중 양관식이 딸 금명을 바라보던 눈빛 때문이었다. 드라마 한 장면 때문에 아버지가 생각났다는 게 미안했지만, 그 눈빛이 오래 잊고 있던 감정을 깨운 건 사실이었다.

말없이 묵묵히 딸만 바라보던 관식의 모습은, 새벽마다 조용히 일터로 나가던 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다. 딸을 위해 자기 삶을 조금씩 내어주던 사람. 아버지도 그랬다. 대학생 때까지 어린이날이면 치킨 한 마리를 사 오셨다. "우리딸 시집 안갔으면 어린이지"라면서 말이다. '딸바보'라는 말이 없던 시절에도, 아버지는 딸바보셨다. 반장이 됐다며 온 동네에 자랑하던 아버지, 자전거 타다 살짝 넘어졌을 때는 딸 다리가 성한지 안절부절 못하시던 그 모습, 지금도 또렷하다.

놀란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회사 동료들과 커피 한잔하다가 "나도 그 드라마 보고 아버지께 전화했다" "괜히 엄마 밥이 먹고 싶어졌다"는 말들이 나왔다. 아버지가 항상 챙겨주던 닭다리, 한 수저만 떠도 바로 엄마 손맛이 퍼지던 된장찌개. 그게 괜히 생각났다고들 했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누군가의 옛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 부모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고, 더 미안했고, 그래서 더 고마웠다. 잊고 살았던 가족의 자리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 드라마였다. 별다른 사건 없이도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 그 중심엔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가족이 항상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급한 일에 치여 "잘 지내세요?"라는 인사조차 못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기대고 싶은 것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도 가족이다. 각박한 시대 "우리 딸이 최고지" "우리 아들이 최고야"라며 든든히 말해주는 존재 하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다시 묻는다.

"아부지, 식사하셨어요?"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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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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