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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기자〈사회1팀〉 |
국무조정실의 '2024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는 대구지역 사회를 씁쓸하게 했다. 대구 청년 중 28.6%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전국 8개 특·광역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대구를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부족, 문화생활 부재 등이었다. 무엇보다 도시가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지 못하니, 다른 가능성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관련 기사가 보도된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기사 내용이 빠르게 공유됐다. 한 커뮤니티에는 댓글이 천 개 이상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일부는 "이건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전체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부류에선 "대구만의 고질적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글은 이른바 '대구 직업등급표'였다. 공기업, 공무원, 간호사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폭이 너무 좁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외지 청년들에겐 선택 폭이 더 좁아진다고 작성자는 덧붙였다. 이외에도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즐길 거리가 너무 없다" "사회 분위기가 너무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등 다양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 기사가 한창 온라인에서 시끌벅적할 때 기자는 중국 베이징 출장 중이었다. 세계 최초로 중국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현장은 뜨거웠다.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너도나도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마라톤 주인공은 다름아닌 '로봇'이었다. 하지만, 로봇 옆에는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한 청년들이 함께 뛰고 있었다.
처음에는 달리는 로봇만 응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기술 전쟁 최전선에서 땀 흘리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찬사처럼 보였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세대가 '청년'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구의 청년 유출 문제를 취재하며 전문가에게 들었던 조언이 떠올랐다. 그 전문가는 "청년이 꿈을 찾아 떠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떠난 뒤 다시 돌아와 활약할 '무대'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엔 그 말이 다소 막연하게 들렸다. 크게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그 흐릿했던 여운은 베이징 거리에서 시민들이 청년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명확해졌다. '돌아와 활약할 무대'의 중요성을 확실히 느꼈다.
청년들은 온 힘을 다해 전진하고, 전 세대가 아낌없이 응원하는 도시. 이것이 청년들이 활약할 진짜 '무대'다. 대구 청년에게도 그 무대가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
박영민기자〈사회1팀〉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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