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1일 대통령 출마 위해 사퇴
개헌과 거국내각으로 승부수 던질 듯
단일화에 김문수 찬성, 한동훈 유보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무총리직을 사퇴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6·3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 전 권한대행은 '임기 단축' 개헌을 기치로 후발 주자의 열세를 뒤집고 대선판을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대행의 출마에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빅텐트론에 힘을 실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날 오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총리직에서 물러난 한 전 대행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6·3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직자의 사퇴 시한은 오는 4일까지다. 한 전 대행은 사퇴 후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대신, 무소속 신분으로 출마 선언 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3일 이후부터 단일화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행이 이번 대선판을 뒤엎을 승부수로 '개헌'과 '거국내각'을 던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한 성일종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개헌으로 국가대개조를 해야 한다"며 “대의명분이 맞으면 국가대개조를 위한 베이스캠프가 빅텐트의 큰 명분이 될 것"이라며 개헌을 강조했다.
실제 한 전 대행은 이번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단 공약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또 개헌을 화두로 던져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까지 아우른 개헌 세력들과 연대하겠단 계획으로 보인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전 대행은 야당을 포용하는 '거국 내각'을 구성하겠단 구상으로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진보 진영 내 비명(비이재명)계도 연대 대상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은 “정치 개혁의 핵심은 개헌"이라고 말했고, 같은 당 전병헌 대표는 “국민 통합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변수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과의 단일화다. 국민의힘 김문수·한동훈 대선 경선 주자들은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에 동의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먼저 보수 빅텐트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김 후보는 한 전 대행의 출마가 공식화된 만큼 대선 후보 선출 시 단일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대전시 동대전도서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행이 후보로 등록하면 구체적으로 단일화를 위한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반면 한 후보는 아직까지 유보적인 입장이다. 한 후보는 이날 대구 서문시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김문수 후보나 한 전 대행 같은 분들도 훌륭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를 막을 수 있는 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경선에서 국민의힘의 후보가 된 이후에는 모든 사람과 만나고 모든 사람과 함께 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기는 길을 끝까지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이자 국민의힘 역시 단일화 논의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현재 명확한 당심과 민심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이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전 대행의 사퇴와 관련해 “우리(국민의힘)는 지금 경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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