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병 방제 벌목 후 방치
예산 부족해 파쇄 못하는 실정
방제목 빼낼 임도도 부족한 상황
![[함지산 산불] 대구 함지산 산불 ‘소나무 더미’ 가 불쏘시개](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5/news-p.v1.20250501.069de3c61eec4990a9f4aacb7eebd4a9_P1.jpg)
지난달 30일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 일대 소나무제선충 방제로 벌목된 소나무 더미가 발화지점 인근에 쌓여있었다. 박영민기자.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을 확산시킨 주 원인이 발화지 주변 쌓여 있던 '소나무 더미'라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국림산림과학원·경찰·소방측이 실시한 함지산 산불 합동 감식에서 등산로에서 300m정도 떨어진 노곡동 산 19번지 일대가 최초 발화 지점으로 특정됐다. 감식결과 발화지점 곳곳엔 벌목된 소나무재선충 방제목 더미가 쌓여 있던 곳이다. 북구청 측은 최근까지 산불 현장 인근에서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을 했다. 작업 후 나무를 쌓아둔 뒤 천으로 덮어 약품처리를 한 것. 감식 당시 일부는 덮개로 덮힌 상태였고, 일부는 산불에 타 흩어졌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확산 과정에서 이 소나무더미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을 내놨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벌목된 후 방치된 소나무더미가 불을 더 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소나무를 빽뺵하게 심어놓은 것도 산불을 키우는 상황인데, 소나무를 잘라 쌓아놨다는 것은 훨씬 조밀하게 나무가 밀집된 상황을 만든 것이어서 산불이 더 확산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소나무재선충 피해 나무는 수집한 후 파쇄 등 방제 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예산 문제 탓에 방제목을 산에 방치하는 실정이다. 일일이 파쇄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서다.
함지산 일대 방제목을 빼낼 수 있는 '임도'가 없는 탓도 있다. 통상 임도는 산불 확산을 저지하는 방화선 역할을 한다. 북구청 측은 “임도는 소나무를 벤 후 이를 빼내는 동선에 맞춰서 내야 하는데, 대부분 사유지여서 임도를 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산림당국은 산불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실화·방화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상태다. 특히, 발화지점이 등산로를 벗어난 뒤 소로를 따라 300~400m 들어가야 도착하는 곳이어서 등산 목적이 아닌 '특수한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측은 “조사 후 보고서 형태로 대구시에 자료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후 경찰이 자료를 토대로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초 발화지는 신고 후 진화대원들이 가장 먼저 도착해 진화한 장소다. 증거를 찾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원인 규명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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