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배제 속 지방이 먼저 착공…국회서 일부 예산 뒤늦게 반영
‘문화 APEC’ 외쳤지만 축제예산 전액 누락…논란 끝에 20억 확보
981억 요청 중 135억 반영…행사 운영·인프라 예산은 여전히 과제

2025년 APEC 정상회의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전경. 영남일보DB
경주시가 APEC 정상회의 국비 135억원을 추가 확보하며 재정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 정부 본예산과 추경안에서 예산 대부분이 제외되며 '국가행사를 지방이 떠맡는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사업이 반영되면서 행사 준비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국회는 당초 정부가 제출한 APEC 관련 추경안 79억원에서 56억원을 증액해 총 135억원을 최종 반영했다. 반영된 사업은 △정상회의 만찬장 조성 40억원 △숙박시설 정비 60억원 △수송지원 10억원 △차량기지 설치 5억원 등으로 회의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사업이 포함됐다.
특히 전액 누락돼 논란이 컸던 'APEC 문화동행축제' 예산이 절반에 못 미치지만 20억원이 신규 반영된 점이다. 정부는 '문화 APEC'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문화 프로그램 예산은 추경안에 한 푼도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 없는 구호'란 비판이 제기됐다.
경주시는 지난해 말부터 APEC 개최를 위해 13개 사업, 총 981억원 규모의 국비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올해 본예산에는 단 1건만 반영돼 대부분이 무산됐고 이후 사업을 축소해 459억원 규모의 추경을 다시 요청했다.
정부 지원이 미진한 상황에서 경주시는 자체 추경으로 216억원을 편성해 보문단지 야간경관 정비, 회의장 진입로 정비, 사적지·하천 정비 등 기반공사에 먼저 착수했다.

지난달 17일 주낙영 경주시장과 국회 예결위 간사 허영(왼쪽) 의원이 APEC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해 국비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경주시 제공
이번 국비 증액은 지방정부와 정치권의 직접적인 설득 노력이 반영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PEC 준비위원회 회의 직후 국회로 이동해 예결위 간사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사업 필요성을 설명했고 지역구 의원인 김석기 국회 외통위원장도 예결위 조율에 힘을 보탰다.
경주시는 이번 예산 확보로 이달 중 본격적인 기반시설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의장과 미디어센터, 주요 숙박시설 등은 이미 행정 절차를 마쳤으며 수송체계와 응급의료시스템도 중앙부처 협의를 통해 정비하고 있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예산은 국제적 품격에 맞는 행사를 위한 최소 기반"이라며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경주시가 최초 요청한 예산 규모의 14% 수준만 확보된 만큼, 남은 과제에 대한 추가 재정 확보는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경주시는 문화·관광·보건·안전 인프라 등 나머지 사업에 대해 국회 후속 심의에서 추가 반영을 기대하고 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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