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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2025-05-06 06:00
[문화산책]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감정원 독립영화감독

첫 장편영화 '희수'의 작업을 마치고 3년이 흘렀다. 잠시 영화 작업을 멈추고 천천히 내가 사는 도시를 둘러보았다. '희수'의 배경 역시 대구의 비산동 염색공단이 주된 공간이었으나, 한 편의 영화를 시작하고 마치는 긴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돌아본 나의 고향, 대구의 공간과 장소들은 이질적이고 낯설었다. 많은 구역들이 재개발로 인하여 집과 부서지고 다시금 땅을 메꿔 하늘이 가려질 만큼 아파트가 들어섰다. 도심을 걷고 나면 공사 흙먼지에 얼굴이 모래처럼 바삭하게 말랐다. 그러던 와중 지역에서 활동하는 타 장르 예술인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그들과 금호강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인터불고 호텔 아래 자리잡고 있으며 지도 상으로는 표기가 되지 않은 대구의 3대 습지, 팔현습지를 만났다. 300년이 넘은 왕버들 군락이 뿌리내리고 있는 이곳은 수리부엉이, 담비, 삵 등 20종에 가까운 법정보호종을 포함한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지이다. 3년 전, 팔현습지에는 왕버들 군락을 통과하는 교량형 보도교 산책로 공사를 알리는 빨간 깃발이 꽂혔다. 팔현습지뿐 아니라 금호강 전 구간은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대규모 토건공사가 예정되어 있다.

나와 예술인 친구들은 2023년 12월28일, 시민들을 초대하여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활동 시작을 알리는 발대식을 진행하였다. 생태계의 일원이자 대구 시민으로 대안 없는 개발 정책에 반대하고, 팔현습지의 생태적 가치와 보전의 필요성을 지키고자 예술적 방식으로 행동함을 선언하고 알리는 자리가 되었다. 오늘날까지 활동은 이어지고 있으며, 활동의 목표는 개발공사가 중단됨에 따라 우리의 행동도 멈춰지는 것이다.

팔현습지에 처음 가본 사람들은 대구 도심 안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도로나 주거지와 직접 닿아있지 않아 그동안 인위적인 영향을 최소한으로 받을 수 있었기에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야생의 자연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올해 2월 초, 팔현습지 하식애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팔이'와 '현이' 사이에서 세 마리의 유조가 탄생했다. 강 앞에 집을 짓고 먹이를 사냥하고 아이를 낳아 길러내는 일, 다른 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의 삶이자 생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감정원<독립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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