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제공>
국내 건설 현장이 사실상 셧다운(공사 중단)에 준하는 통계적 충격에 직면했다. 공사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실질 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지며 산업 생태계 전반이 얼어붙었다. 특히 수출 호조와 대조적으로 내수 경제의 기둥인 건설업이 홀로 역행하면서, 실물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분기 생산 실적 -20.7%…IMF 이후 최대 낙폭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기성(불변) 총액은 27조121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4조831억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현장 일감의 20.75%가 사라진 셈이다.
이 같은 급락세는 1998년 3분기(-24.2%) 이후 약 27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수치 이상이다. 대구지역 한 공사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55)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현장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자리를 많이 채웠는데, 요즘은 공사가 멈추거나 지연되는 곳이 많아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선행지표도 '마이너스'…토목 수주 41% 폭락
문제는 당분간 반등을 기대할 만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 경기의 미래를 보여주는 건설수주마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하며 다시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특히 산업 기반인 토목 부문 수주가 41.4% 폭락하며 발목을 잡았다. 대규모 기계 설치나 플랜트 등 국가 기반 시설 투자가 끊기면서 장비 대여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건설기계 대여업을 하는 박모씨(48)는 "평소라면 현장에 나가 있어야 할 굴착기들이 차고지에 세워져 있는 날이 더 많다"며 "새로 들어오는 공사 계약 자체가 없다 보니 장비 할부금 내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덮친 '건설 보릿고개'
건설업 생산은 지난해 2분기(-3.1%)를 기점으로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 폭이 확대되는 'L자형 침체' 구조다.
전문가들은 수년간 누적된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외에도 지난해 말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분양 시장을 마비시킨 결과라고 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신규 착공과 분양 일정을 대거 연기하면서 1분기 공급 공백이 현실화된 것이다.
수출이 국가 경제의 외형을 지탱하고 있지만, 서민 경제와 직결된 건설업 생산은 외환위기급 충격을 받고 있다. 건설기성액이 공사 진척도에 따라 대금을 받는 지표인 만큼, 현재의 부진은 자재 업체와 현장 근로자 등 전방위적인 소득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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