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의 대행의 대행 이주호, 경제 수장 역할 힘들 듯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로 한국 경제외교가 '올 스톱' 위기에 직면했다. 사상 초유의 경제사령탑 공백 속에서 주요 재무장관 회담이 줄줄이 무산됐고, 미국과의 환율 관련 고위급 협상 채널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통상 전장의 한복판에서 '지휘관 부재'라는 치명적 리스크를 안게 됐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주로 예정됐던 한·일, 한·인도 재무장관회담이 모두 취소됐다. 최 전 부총리의 급작스러운 사퇴가 원인이다. 대신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이 참석했지만, 미국의 관세 전쟁에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 지역 장관급 회의 현장에서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관세 협의를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의 '핫라인'도 사실상 중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전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은 한 차례 통화한 후 지난달 미국에서 진행된 '2+2' 한미 재무·통상장관 통상 협의에서 만나 환율 정책을 둔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의 부재로 장관급 회담이 추가로 개최될지 불투명해졌다.
기재부는 “현재로선 김범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이 (한미 고위급 협의의) 정부 측 카운터파트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외교 무대에서 격을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 오는 7일 예정된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식에는 대통령이나 부총리급 없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할 전망이다. 양국 정상 간 협의를 통해 성사된 중요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주무 장관만 참석하는 상황이 됐다.
금융시장 안정을 견인해 온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기존에는 최 전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투톱 리더십'이 작동했으나, 이 중 한 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던 '경제장관회의'(경장), '대외경제장관회의'(대경장), '대외경제현안간담회',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역시 운영이 불투명하다. 차관급인 김범석 직무대행이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지만 각 부처 장관 사이에서 정책 조율 역할을 하며 '톱다운' 의사 결정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같은 경제 수장 공백 사태는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차기 대통령이 6월 4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명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새 경제 사령탑이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은 7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제 수장의 공백을 메워야 할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리더십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선 공정한 대선 관리가 급선무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한덕수 전 총리 출마 등으로 격랑의 한 달이 예고되면서 이 대행의 책임은 한층 막중해졌다.
무엇보다 민주당 등이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개정안은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형사재판은 재임 기간 정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이 이주호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탄핵 카드를 꺼내 든다면 경제·통상 대응은커녕 국정 혼란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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