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도부 강제 단일화 명분 잃어
당원 설득하지 못했다는 평가
친한계 비판도 부결에 결정적 영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2일 막장드라마' '한밤 후보교체 쿠데타' 등 비판을 받았던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가 당원들에 의해 저지됐다. 당 지도부는 지난 10일 김문수 후보 대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세우기 위해 '새벽 3시에 한 시간 후보등록'이라는 초유의 편법을 동원했지만, 당심은 김 후보를 선택했다. 이날 실시된 한 후보로의 교체에 대한 전 당원 찬반투표 결과, 반대가 더 많아 최종적으로 부결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서둘러 봉합에 나서고 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전 당원 투표를 앞두고 김 후보와 한 후보 그리고 당 지도부 간 신경전이 상당했기 때문에 부결 이유에 대해 이런 저런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제 단일화'를 진행하면서 명분을 잃었고, 이 때문에 당원을 설득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이날 새벽에 있었던 일련의 후보 교체 소동은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원들이 지도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당 지도부는 단일화 명분으로 '당원의 명령'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당원선거인단 투표와 국민여론조사까지 돌렸다. 지난 9일 밤 단일화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압도적 다수가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10일 오전 곧바로 '강제 단일화'에 착수했다. 이어 오전 1시 김 후보 선출을 전격 취소하고,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 동안 국회 본청에서 대선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당 지도부가 김 후보를 강제로 밀어내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원들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 단일화를 원하긴 했지만, 한밤 중 후보교체 쿠데타를 당원들의 명령으로 포장하는 데 대해선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제 단일화가 주말 동안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되면서 당원들이 '이 과정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내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친윤(친윤석열)들이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이렇게까지 끌려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쿠데타가 진압당했는 데도 쿠데타 세력이 계속 자리 보전하면, 그 쿠데타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한 거다. 국민의힘이 다시 일어서려면 친윤 쿠데타 세력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배현진 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 지도부의 '어쩔 건데'식 교만 방자한 운영으로 어제 하루 큰 혼란을 겪었다"며 “교만했다고 당원께 머리 숙여 반성하는 것이 화합과 승리를 위한 선거의 첫걸음"이라고 꼬집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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