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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인터뷰] 제77회 조리기능장 부산 최연소 조리기능장 취득 금정구 ‘황가추어탕’ 황성준씨

2025-05-16 08:23
[인터뷰] 제77회 조리기능장 부산 최연소 조리기능장 취득 금정구 ‘황가추어탕’ 황성준씨

황성준씨가 그의 조리기능장 취득을 기념하는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조현희기자

지난 8일 오후 3시 부산 금정구. 부산종합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황가추어탕'을 찾았다. 황씨 가족이 운영하는 추어탕집으로 근방에선 기사 식당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건물 외벽에 거대한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경축. 대한민국 국가공인 조리기능장 황성준.' 대한민국 조리기능장은 조리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겸비한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이 취득할 수 있는 국가기술자격이다. '조리계의 사법고시'라 불릴 정도로 난이도가 까다로운 데다 합격률도 낮다. 40~50대 경력자들이 도전해도 어려워하는 시험이라고.

그런데 그 시험 합격의 주인공은 황가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니었다. 1996년생, 올해로 28세 된 아들이었다. 제77회 대한민국 조리기능장 자격을 부산 최연소로 거머쥔 그는 무려 1년 반 만에 합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황성준씨와 그의 부모님이 나란히 서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황씨는 조리기능장을 취득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터뷰] 제77회 조리기능장 부산 최연소 조리기능장 취득 금정구 ‘황가추어탕’ 황성준씨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황가추어탕 외관. <본인 제공>

"요리를 할 때 '기본기'가 늘 중요하다고 느껴요. 조리기능장 시험도 마찬가지고요. 심사위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기본기예요."

영산대에서 조리예술을 공부한 황씨는 조리기능장 시험에 세 번 도전한 끝에 합격했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덕분이었다. 시험에 처음 도전할 땐 완성 작품만 잘 나오면 붙을 거라 믿었다. 모양도 좋고, 맛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이후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 깨달았다. 음식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어설픈 부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걸. "대표적으로 티가 나는 음식이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예요. 간단해 보이지만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해야 하죠. 기름 파스타는 식으면서 맛이 우러나와요. 음식이 뜨거울 때 간을 맞추면 식었을 때 많이 짜요. 이런 지식들을 일찍 안 거죠."

[인터뷰] 제77회 조리기능장 부산 최연소 조리기능장 취득 금정구 ‘황가추어탕’ 황성준씨

제77회 대한민국 조리기능장 자격을 부산 최연소로 취득한 황성준씨. 조현희기자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보며 자라온 황씨는 어릴 적부터 요리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부모님은 요리사의 길이 고되고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탓에 황씨의 진로 선택을 많이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였다. 부산조리고에 진학한 황씨는 고등학교 시절 한식·양식·중식·일식, 복어 조리기능사 자격을 1년 만에 모두 취득했다. 한식과 양식을 가장 먼저 공부했는데, 이후에 공부한 시험은 모두 '원패스'로 합격했다.

그는 영산대 조리예술학부에 진학한 후에도 계속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당시 학부 교수의 추천으로 독일 뮌헨에서 일할 기회를 잡았다. 'Mun'이라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창의적인 음식을 경험하며 요리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고, 이는 큰 자산이 됐다. "음식은 뜨거우면 뜨겁고, 차가우면 차가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초밥을 뜨겁게 튀겨 그 위에 튜나(참치) 무스를 올리는 걸 보고 긍정적인 충격을 받았어요. 초밥이 따뜻하다? 거기에 또 차가운 소스라니. 전혀 상상하지 못한 조합이었어요. 그때 음식은 참 생각하기 나름이란 걸 깨달았죠."

그곳에서 황씨는 에피타이저와 디저트를 담당했다. 하지만 수셰프가 없는 날엔 대신해 모든 코스를 총괄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한 VIP 고객은 황씨가 만든 튜나 타르타르를 좋아해 음식의 맛이 다른 날에는 그를 찾을 정도였다고. 실제로 그런 날은 그가 출근하지 않은 날이었다. 부추전을 타코샌드처럼 만든 색다른 요리를 VIP 고객 한정으로 제공한 적도 있는데, 이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인터뷰] 제77회 조리기능장 부산 최연소 조리기능장 취득 금정구 ‘황가추어탕’ 황성준씨
[인터뷰] 제77회 조리기능장 부산 최연소 조리기능장 취득 금정구 ‘황가추어탕’ 황성준씨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황가추어탕 내부. 2층은 단체·예약석으로 운영된다. <본인 제공>

이렇듯 황씨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부산에서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너 정도면 충분한데, 왜 서울에 가지 않냐고. 왜 더 큰 무대로 나가지 않냐고. 그 이유는 부모님이 20년 넘게 운영해온 황가추어탕이 그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아쉽다고 말을 해요. 저도 그걸 아는데, 한때 서울로 올라가 견문을 넓힐 생각도 했는데…. 부모님은 저와 형을 키우기 위해 이 장사를 시작하셨어요. 생계를 위해서요. 조리기능사를 준비할 때도 연습 한 번에 100만원이 넘게 드는 데도 물심양면 지원해 주셨죠. 제가 선물을 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더라고요. 부모님이 일궈온 가게, 황가추어탕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그는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울먹이고, 또다시 말을 잇다 울먹였다. 조리기능장 시험에 도전한 것도 부모님의 가게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인터뷰] 제77회 조리기능장 부산 최연소 조리기능장 취득 금정구 ‘황가추어탕’ 황성준씨

황가추어탕의 대표 메뉴인 황가 정식. 추어탕과 함께 수육, 부추전, 잡채, 콩나물 등이 나온다. <본인 제공>

황씨의 목표는 황가추어탕을 지역 대표 프리미엄 맛집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게는 많은 추어탕 프랜차이즈 사이에서도 흔들림 없이 단골 손님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부모님의 손맛과 노하우를 계승하면서도, 식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메뉴와 반찬 구성을 발전시키는 중이다. "정식 메뉴에 여러 밑반찬이 들어가는데, 예전엔 대부분이 빨간색이었어요. 지금은 녹색 채소와 흰색 반찬 등을 추가하면서 더 먹음직스럽게 색감을 구성했죠."

현재 황가추어탕 정식 메뉴에는 추어탕과 함께 수육, 부추전, 잡채, 콩나물 등이 나온다. 색감은 물론이고 맛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최근엔 디저트 신메뉴 '오란다'도 출시했다. 감태를 올려 단맛과 짭짤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자일로스를 사용해 당뇨 환자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바삭하면서도 입 안에 달라붙지 않아 씹는 맛도 있다.

[인터뷰] 제77회 조리기능장 부산 최연소 조리기능장 취득 금정구 ‘황가추어탕’ 황성준씨

요리계 명장을 꿈꾸는 황성준씨. 이와 함께 부모님의 가게를 지역 대표 프리미엄 맛집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조현희기자

그의 또다른 목표는 요리계 '명장'이 되는 것이다. 명장은 기술인의 정점으로 오랜 경력과 기여를 통해 인정받는 자리다.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대상으로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 규정에 의해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다. 현재 대한민국 조리 명장은 17명뿐이다. "명장이 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어요. 황가추어탕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여러 노력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부산 금정구 작은 추어탕 가게에서 시작된 그의 요리 인생은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추어탕의 깊은 맛처럼, 황성준 조리기능장의 꿈도 깊게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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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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