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홍에 민주 몸조심
미래비전·현안 정책 실종
공공기관 2차이전 공약도
이슈 안되고 뒷전에 밀려
방치하면 지방 위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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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 수석논설위원 |
지방 소멸 문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은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인정하는 현안이다. 최근 영호남 8개 시·도 단체장이 한 목소리로 '공공기관 2차 이전 공약'을 각 대선 후보에 촉구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도 주요 후보들의 반향이 크지 않다. 등 떠밀린 후보들이 마지못해 '이전해야 한다'며 원론적으로 언급하는 게 고작이다. 이번 대선에서 공공기관 이전 이슈는 공론화조차 이뤄지지 않는 양상이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 기간에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첨예한 갈등이 뒤따르는 현안에 대해선 두루뭉술 넘긴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세종의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게 고작이다. 대신, 수도권 중도층 공략에 맞춘 공약에는 적극적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막장 드라마 끝에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데다, 당내 내홍으로 인해 공공기관 이전 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력조차 없어 보인다.
비수도권이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목을 매는 것은 꺼져가는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다 국가가 균형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공공기관 1차 이전의 성과만 봐도 그 효과는 분명하다.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지방세 수입 확대 등의 긍정적 결과가 그 방증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지방의 나눠먹기식 재배치라는 수도권의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문재인·윤석열 정권 모두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약속했지만, 그 결과는 '수도권 일극주의'라는 괴물 덩치만 더 키워냈다. 지방을 '투표함'으로만 인식하는 우리 정치의 민낯인 셈이다. 어찌 보면 이번 대선이 공공기관 이전을 이슈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2023년말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5%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고, 이런 추세에 비춰볼 때 5년 이후 지방의 목소리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게 자명하다.
선거 공약의 의미는 이런 데 있다. 사회의 나가야 할 방향과 미래를 여는 의제를 담아 논쟁에 불을 붙이는 역할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선 공약은 국가 운영의 청사진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사회정책으로 '지방소멸 대응'(47.2%)을 꼽았다. 서울(38.6%)과 경기·인천(43.8%) 지역민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이는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도 담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관건은 차기 정권의 의지다. 이번에도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두 번째 분단'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는 국민통합은 수도권의 몫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지방에도 사람이 살고, 이들 또한 이 나라 국민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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