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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1000일간 그렸던 시정 밑그림

2025-05-22
최수경 사회에디터

최수경 사회에디터

20년 전 나온 노래가 부쩍 생각난다. 가수 이승환이 불렀던 '천일동안'. 노래 가사는 이랬다. "그 천일동안 힘들었었나요. 혹시 내가 당신을 아프게 했었나요. 그랬다면 마지막일 거니까요. 난 자유롭죠. 그날 이후로 다만 그냥 당신이 궁금할 뿐이죠. 다음 세상이라도 우리 다시는 만나지마요."


조선팔도가 다 아는 거물 정치인 홍준표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떨어지자 지방선거가 예정된 이듬해 대뜸 하방을 선언했다. 하방지는 대구였다. 그해 7월 홍준표는 대구시정(市政) 지휘봉을 꿰찼다. 지역사회는 '도대체 왜'라며 웅성였다. 내심 기대감은 있었다. 청년과의 소통에 능하고 강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직설화법 구사를 반기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 홍 시장이 지난 4월 11일 대권 재도전을 위해 시장직을 내려놨다. 대구시민과의 동행은 1000일(2년 10개월)에서 멈췄다.


시민들은 실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 재임기간 중 벌려놓은 사업들이 적잖아서다. 대부분 영글지 않은 밑그림 수준이지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특별법 1차 개정안 통과, 안동댐으로 대구 취수원을 옮기는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 도심 군부대 일괄 이전, 대구경북 행정통합 재추진 등등….


시청 공무원들은 현안 사업 협의차 정부부처에 가면 목에 힘을 좀 줄 수 있었다. 콧대 높은 정부부처 사람과 만나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 온전히 홍 시장 후광(後光)효과다. 그 전엔 말단 직원도 바쁘다며 잘 만나주지 않았지만 변했다. 정부부처 실무자가 먼저 "뭘 더 도와줄 게 없냐"며 전화까지 했단다. 반면 시장 눈 밖에 난 공무원들은 대구시 출연기관으로 쫓겨나 사실상 유배생활을 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냈다. 시장 심기를 거스른 보도를 한 언론사들도 불이익을 받았다. 눈을 부라리는 시민단체와 문화단체는 부쩍 늘어갔다.


현안 사업들도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야 하는 미완(未完) 상태로 남았다. 장대한 스케일의 밑그림을 보고 '시작이 반'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경거망동이다. 쉼없이 바꾸고 채워야 된다. 할 일이 태산이다. 실례로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되는 신공항 건설사업은 정부 공자기금(신공항특별법 2차 개정안 미통과)을 활용할 수 있어야 안정감이 생긴다. 공자기금 재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된다. 적자부채로 신음하는 정부가 국채 발행에 적극적일 리 없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대구시는 시장 대행제제로 전환됐다. 추진동력이 떨어질수 밖에 없다.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은 큰 방향이 잡혔지만 후속 진행 절차가 더디다. 도심 군부대 이전은 조기에 이전지를 결정, 한숨은 놨지만 동반돼야 하는 국비확보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3조원 규모 투자 유치 약정으로 주목받은 '산단 태양광 지붕 프로젝트'는 대구시정에 아픈 손가락이다. 장밋빛 플랜 속 '불편한 진실'이 우려감을 갖게 한다. 책임시정이 필요하다.


홍 전 시장은 지금 하와이에 있다. 6·3대선이 끝나면 귀국해 서울시민으로 남을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씁쓸해하지만 차기 시장감과 관련해선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것도 있다. 이왕이면 잿밥에 대한 관심보다 고향 발전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퇴임 후에도 지역에 남을 정치적 중량감 있는 인사면 좋겠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덕목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시정 밑그림을 진중하게 그릴 설계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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