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제안설 두고 양측 신경전 이어가
이준석 단일화는 없다 선언했지만, 여론조사 10%대에 단일화 기대감 커져
김문수 “국무총리 40대가 맡아도 이상한 일 아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여성정책 협약식에서 모친과 관련된 발언을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2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간담회에서 제임스 김 암참 회장 발언에 손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박스권에 갖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를 넘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이 뜨겁다. '당권 제안설'부터 '국무총리 제안설'까지 언급되며 보수 지지층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를 포함해 지도부 당 소속 의원들이 합심해 개혁신당 이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이 받아볼 투표용지에는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이 선명히 보일 것"이라며 "이번 대선 끝까지 이준석,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일화는 없다며 완주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개혁신당 측에서는 국민의힘 측이 단일화의 조건으로 당권을 제안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나오며 후폭풍이 일고 있다. 개혁신당 이동훈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지난 21일 SNS에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는 식의 말을 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개혁신당 이 단장의 주장에 터무니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윤계 의원이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당권을 어떻게 주는가"라며 "친윤계 의원들이 매우 강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전제도 성립하지 않는데 어떤 취지에서 그렇게 썼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상범 선대위 단일화추진본부장도 한 매체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열의 모습을 드러내고 이준석 후보의 존재감을 상대적으로 부각하는 선거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은 당권 제안설 등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두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동반 상승하면서 단일화에 대한 보수 정치권의 기대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는 전주 대비 5%포인트 상승한 32%, 이준석 후보는 3%포인트 오른 10%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포인트 하락한 46%였다. 단순 계산으로 김문수·이준석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민주당 이 후보를 발밑까지 추격할 수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의힘 입장에선 개혁신당 이 후보와의 단일화라는 '변수'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큰 변수가 없다면 지지율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한 매체에서 "이 후보와 김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단일화를 통해 정권 획득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기면 보수 진영 내 단일화 압박이 있을 것이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개혁신당 이 후보와 달리 국민의힘 김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단일화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개헌·정치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40대 국무총리'를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40대 총리가 개혁신당 이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인지 묻는 질문에 "누구를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40대가 한다고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계속되는 변수 발굴을 통해 상황을 역전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이 후보와의 단일화가 가장 큰 변수여서 단일화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9.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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