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인플레이션 우려도 상승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되면서 닭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닭을 고르는 모습. 연합뉴스.
'6·3 대통령 선거'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물가 안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물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데 월급과 실질임금은 동시에 줄고 있어 국민이 느끼는 고통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먹거리 물가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가격은 4.1% 오르며 2023년 12월 이후 16개월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외식물가도 3.2% 올라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식탁 위 필수 반찬인 무(41%)·양파(17.5%)·깐마늘(37.7%)·계란(5.1%)의 가격 오름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 경고등도 켜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계란 특란 한판(30구) 가격은 평균 7천52원으로 전년(6천748원)과 평년(6천834원) 대비 각각 4.5%, 3.2%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계란 가격 상승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대한산란계협회가 고시하는 산지 가격에 따르면 계란 가격은 올해 2월 개당 146원에서 3월 180원으로 한 달 만에 23.3%나 뛰었다. 이후 산란계협회는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계란 산지가격을 계란 한 개당 146원에서 190원까지 약 30% 인상 고시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되면서 치킨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전체 수입량의 80%가 넘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는 치킨 인상 가격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치킨은 최근 외식물가 상승세의 주범이었다. 외식 항목을 품목별로 보면 생선회(5.4%)와 더불어 치킨(5.3%)이 5% 넘게 올라 작년 3월(3.4%)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바 있다. 삼계탕 역시 2.4%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공산품도 오름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갈아만든배·코코팜포도·비락식혜·환타·파워에이드 등 음료 가격도 제품당 100~200원씩 줄줄이 올랐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생활 필수 품목들 역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음원,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구독료가 줄줄이 인상됐다. OTT 넷플릭스는 최근 광고형 멤버십 월 구독료를 5천500원에서 7천원으로 인상했고, 투자금 회사에 나선 AI 서비스 업체도 올해 들어 구독료를 20~30% 올렸다.
그간 동결됐던 대학 등록금마저 상승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39곳 중 136곳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26곳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710만6천500원으로, 전년 대비 4.1% 상승했다. 사립대 등록금의 경우 평균 800만2천400원으로 4.9% 증가했고, 국공립대는 평균 423만8천900원으로 0.7% 올랐다.
반면,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411만7천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23만4천원) 줄었다. 물가가 반영된 실질임금은 2월 기준 354만7천원으로, 전년 동월(382만4천원)보다 7.3%(-27만7천원) 감소했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 물가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문제는 물가상승 압력이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점이다. 물가의 '기초 체력'으로 불리는 근원물가의 경우 지난달 2.1% 상승했다. 2월(1.8%), 3월(1.9%)에 이어 석 달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표다. 근원물가의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일시적 가격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경모(세종)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