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관련 당 차원 대응 부족
국민·지지층 모두 설득 못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기현·박덕흠 의원이 지난달 후보 단일화 압박에 반발하며 후보 일정을 중단하고 상경한 김문수 대선 후보를 만나기 위해 서울 관악구 김 후보의 자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결국 또다시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게 넘겨줬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는 국민과 지지층 모두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선거 막판까지 국민적 의혹과 비판을 받았던 '비상계엄'에 대해 당 차원의 대응이 부족했고, 지지층에게는 '후보 교체 쿠데타' 논란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계엄 관련 논란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분열을 수습하지 못했다. 이에 친한(친한동훈)계는 물론 정치권에서 다양한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중도층과 청년층 이탈을 막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선거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이 등판한 것도 중도층에겐 '악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영화를 관람한 장면은 당 안팎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시한 돌출 행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의 등장 자체가 당에 부담이었는데, 민감한 주제를 직접 건드리면서 회복 불가능한 이미지 손실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의 등판은 당시 대선을 13일 남겨둔 김 후보 입장에선 큰 부담이었다. 부정선거 주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접적 동기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계엄 논란을 넘어서려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마주하기 싫은 악재를 만남 셈이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은 이미 저희 당을 탈당한 자연인이다. 윤 전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저희가 코멘트할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이와 함께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강행된 '후보 교체'는 당의 조직력을 약화시킨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김문수 후보로의 단일화 결정 과정을 두고 "지도부가 민심을 거스른 밀실 정치였다"며 "사실상 당내 쿠데타였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실제로 교체 전후로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는 반발 등 잡음이 이어졌고 선대위 역시 재정비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에 선대위 재정비와 정책 메시지 조율 등에서 혼선이 이어지면서 일관된 전력과 선명한 메시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에 중도층 확장 전략에서 김 후보는 사실상 늦은 출발을 했다. 김 후보가 내세운 '도덕성과 정직' 프레임은 고정 지지층 결집에는 일정 효과를 냈지만, 경제와 복지, 청년 정책 등 실질적 민생 공약의 설득력은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일찍부터 대선 후보 준비를 시작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나란히 '젊은 세대의 삶과 기회'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등 선명한 고약을 통해 중도층에게 어필했다. 특히 이들의 국민의힘을 향한 '내란' 프레임 공격은 수도권과 중도층 유권자에게 강한 거부감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으로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고, 야밤 후보 교체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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