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시낭송가 김병철·김지선씨
2009년 낭송가 자격 얻어 활동
3년전 시력 잃고 빛이 돼준 詩
서로 호흡 맞춰 감동무대 만들어

시 낭송가로 활동하는 김병철씨와 부인 김지선씨.
쉰 살까지 세상 구경 잘하다가 서서히 눈이 멀어지면서 시각장애인이 된 김병철(56, 대구 동구 혁신대로)와 아내 김지선(54)씨는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믿음의 형제로 만나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남편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섬유회사에서 28년 동안 인사팀에서 성실하게 근무를 했고, 아내 지선씨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30여 년 피아노 레슨을 하였다.
남편 김씨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지되고 끝내 문을 닫게 되면서 공장 책임자로서 스트레스 압박이 심했다. 그로 인해 시력도 점차 나빠져서 병원에 가서 진찰한 결과,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명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물이 안개처럼 흐려지다가 희미한 형체만 알아볼 수 있었고, 그로부터 몇 년 후 시야에서 초점을 읽어버리고 시각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김씨는 2022년에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고민했다. 당장 살아갈 길이 암담했지만,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점자 읽기와 흰지팡이 사용하는 법, 스마트 단말기 사용법, 센서리드(컴퓨터로 읽히는 법) 등 많은 것을 2023년에 모두 섭렵하였다.
복지관에서 얻은 기초재활, 점자도서관, 안마 수련원, 시각장애인 연합회, 광명학교 견학 등 시각장애인으로서 홀로서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 2024년 대구안마수련원(수업일수 80%, 10과목 필기, 실기평균 60점)에서 2년 동안의 안마교육을 수료하고 안마사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그는 아직도 수많은 장애인이 가야 할 길을 모르고 있고,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생활로 점점 용기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고, 안마원을 개원해 일자리를 통해 삶에 대한 감사함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둠의 터널 속에서 밝은 빛이 되어준 것이 있었다. 취미생활로 부인과 함께 한 시 낭송은 그의 고운 목소리로 눈이 보이지 않아도 할 수 있어 좋았다.
2008년에 재능시낭송회 회원으로 시 낭송 부부 1호로 시작하여 2009년에는 시 낭송가 자격을 받았다.그 후 부부는 시 낭송가로 자리를 굳히고, 많은 무대에 올라 부부낭송가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김지선씨는 대구 재능시낭송회 회장으로서 시민들에게 좋은 시 낭송으로 감동을 주고 있으며 활발한 활동으로 재능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혼자 하기도 힘든 낭송을 부부는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하나의 작품을 발표하기까지 호흡과 동작을 맞추어 관객들에게 좀 더 감동을 주기 위한 무대를 만드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부부는 새해 아침에 대구 수성구 천을산에 올라 뜻 깊은 시 낭송으로 시민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한 일들이 감동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지 말고, 우리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되자"는 뜻을 모아 200만원을 산불 피해 이재민 돕기에 전달했다.
아내 지선씨는 남편이 비록 안 보이지만 장애인이란 생각이 안 들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 사회를 한결 아름답고 밝게 하는 것 같아 취재하는 내내 마음이 기쁘고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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