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로 표현한 자두 속 감정의 결
정물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 제시 눈길
생명과 건강, 가족 평안을 상징하는 붉은색
이창효 작
이창효 작가의 자두 그림을 보면 늘 입에 침부터 고인다. 하얀 분(粉)이 낀 것도 모자라 이슬 한두 방울마저 머금고 있는 자두는 침샘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한 입 깨물면 새콤달콤한 맛에 온몸에 전율마저 일 듯하다.
갤러리 청애는 오는 7월20일까지 이창효 초대 개인전 '추억으로 물든 자두'를 개최한다.
그간 정물화를 통해 따뜻한 감정과 깊은 사유를 담아온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인 '자두'를 통해 기억과 향수, 풍요, 생명력, 행복이라는 감정의 결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캔버스 위에서 붉은빛을 발하는 싱그러운 모습의 자두가 가득하다. 자두 껍질 위에 희미하게 맺힌 분과 이슬방울, 옆에 떨어진 초록빛 잎의 사실성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마치 진짜 자두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이 작가는 극사실주의 표현방식을 통해 정물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단지 '정확하게 그린다'는 기교를 넘어 자두라는 오브제에 관념과 서사를 덧입히고 있다.
이창효 작
이 작가에게 있어 자두는 단순한 과일이 아닌 자신의 기억이며, 한 시절의 정서이자, 관람객의 마음속 풍경을 조용히 건드리는 감각의 문이다. 특히 이 작가는 색상에 집중한다. 자두의 붉은 질감을 살려내려 한 것이다. 유달리 붉은 자두는 아름다운 색채를 넘어 생명과 건강, 가족의 평안을 상징하는 빛깔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자두의 붉은색을 통해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 지켜내고 싶은 것들에 대한 기원을 담아낸다. 이 작가의 자두가 먹음직스러운 과일이자 시간을 머금은 사유이고, 정서를 품은 회화이며, 관객의 기억을 자극제가 되는 이유다.
갤러리 청애 장선애 대표는 "이창효 작가가 열어주는 기억의 문을 통해 어릴 적 여름날, 어머니가 건네주던 한 알의 자두, 장독 위에 햇살을 받으며 익어가던 자두 등 우리 일상에서 존재하는 감각의 조각들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많은 작가들이 과일을 소재로 작업하고, 자두를 소재로 한 작업도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작가의 작업이 시선을 끄는 것은 단순히 과일로서의 자두가 아니라 자두가 가진 서사의 힘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잠시나마 어릴 적 추억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면 그의 자두는 맛,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이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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