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구로’ 독점운영시 시민혜택 줄어
경북은 ‘카드수수료 직접 지원’으로 전환

29일 대구 서구 대구공공배달앱 '대구로' 입점 가게에 손님이 들어가고 있다. 오주석 기자

지난 28일 경북도청신도시의 한 식당 입구에 공공배달앱 '먹깨비' 광고문구가 붙어있다. 오주석 기자

대구시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공공배달앱 '대구로'에 약 9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 김지만 대구시의원 제공>

대구 서구 서대구역 버스승강장 노선 안내 전광판에 '대구는 대구로택시를 이용합시다'라고 문구가 수시로 나오고 있다. 오주석 기자
정부의 공공배달앱 직접 지원이 매년 수십억원의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배달앱의 구조적 한계를 타개할 수 있는 해답이 될 지 주목된다. 대구경북지역 공공배달앱에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지자체 예산 투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본격화 할 전망이다.
◆정부, 공공배달앱 중복 발행 '허용'
정부가 이달 10일부터 1만원권 소비쿠폰 650만장을 선착순으로 발급하면서, 대구 공공배달앱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배달앱별로 1인당 소비쿠폰을 월 1회로 한정한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대구시민은 '대구로' 외에도 '땡겨요', '위메프오'에서도 2만원 이상 금액의 음식을 3번 이상 주문할 경우 각각 1만원씩 총 3만원의 해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역 공공배달앱의 다양성을 고려해 중복 발행을 허용한 것이다.
반면, 대구시가 대구로를 독점 운영하면 할수록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정부 혜택이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극단적인 예로 대구시가 경북 공공배달앱 먹깨비까지 사업 파트너에 포함하면 대구시민이 받는 소비쿠폰 인센티브는 최대 월 4만원으로 늘어나지만, 대구로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어가면 사실상 월 1만원 수준에 그치게 된다.
이 같은 공공배달앱 시장의 다변화 흐름속에 지역화폐 발행 저조까지 겁쳐면서 올해 5월까지 대구로 배달앱의 누적 주문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6% 감소했다. 조경동 대구시 경제정책관은 "지역화폐 발행 저조로 인해 상반기 대구로 매출이 급감했다"며 "대구로의 계약 만료 기간인 2026년 12월까지 각종 성과를 분석해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경북 공공배달앱은 민간과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는 형태여서 그동안 각종 시비(市費)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공공이라는 명목 아래 민간 기업에 매년 수십억원의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어서다. 소비쿠폰과 홍보비 명목이라고 해도 일부에서는 이를 민간 기업에 특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국 단위 공공배달앱이 잇따라 유입되면서 지자체는 민간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현 사업의 실효성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로는 2020년 12월 사업자 선정때부터 잡음이 적지 않았다. 당시 대구시스마트시티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던 김현덕 경북대 교수가 불과 8개월 전까지 현 대구로 운영기업의 외부감사로 2년간 몸담았다는 사실이 경북대 소식지를 통해 처음 확인되면서(영남일보 2021년 2월 9일자 13면 보도) 각종 특혜 의혹에 시달렸다. 선정 과정에서 업체 평가 지표에 대구로에 유리한 '배송기사 지원 계획'을 넣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구시는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발발에도 불구하고 배달앱을 시작으로 택시, 대리운전, 꽃배달 등 대구로의 사업 범위 문어발식으로 넓혀나갔다. 여기에다 대구지역 화폐인 행복페이를 대구로 사업자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일부 국회의원과 시의회의 반발에 막힌 바 있다.
◆대구시의회 "특정업체 몰아주기"
시의회에선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대구로의 사업 확장을 특정 업체 몰아주기로 보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전국단위 공공배달앱이 잇따라 유입된 상황에서 과도한 특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97억원을 대구로 배달앱에 투입했다. 사업 초기 3년간 22억원의 예산을 협약했으나 쿠폰 발행 등을 이유로 약 60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육정미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구시와 대구로의 관계가 사업 파트너를 넘어 유착관계로 번지고 있다"며 "어떠한 평가도 없이 지자체 예산을 추가로 밀어 넣는건 보는 사람에 따라 '대구판 대장동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만 대구시의원(국민의힘)은 "어떠한 연관도 없이 사업 범위를 넓히는 게 말이 안된다"며 "대구로에서 진행하는 각종 사회공헌 사업 역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의원들의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대구로 택시 사업은 2022년과 2023년 차량 래핑 및 갓등 설치비 8억원과 택시앱 사용 활성화 프로모션(4억8천만원)을 끝으로 예산 반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경북도는 공공배달앱 운영 문제에서 한발짝 물러난 상태다. 올해부터 먹깨비의 운영을 일선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서도 소상공인에 카드 수수료 0.5%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민간에 자본을 투입하는 대신,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직접 지원에 121억원(도비 30억원, 시·군비 91억원)을 투입했다. 가계 매출이 적은 업체일수록 수수료가 많이 돌아가는 구조로 설계해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1년에 최대 50만원의 카드 수수료를 직접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최영숙 경북도 경제통상국장은 "행정에서 아무리 집중한다고 한들 사기업 자본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봤다"며 "소상공인에는 카드수수료를 지원하는 한편 지역화폐를 활성화해 먹깨비도 자연스럽게 도움이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 "특화전략 구상해야"
대구경북지역 공공배달앱이 다변화하는 배달앱 시장에서 살아나기 위해선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민이면 대구로'라는 애향심만을 내세운 마케팅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욱이 민간 배달앱들은 충성도가 높은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잇따라 도입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매일같이 쿠폰을 쏟아내는 민간 배달앱에 지자체 예산만 바라보는 공공배달앱이 대결하는 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밖에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역 공공배달앱 사업이 지속되려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덩치가 작은 다윗으로 지자체 지원만 고집하기보다는, 특화 전략을 통해 골리앗과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18개 치킨 프랜차이즈와 협약해 땡겨요에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주목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배달앱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광역 단위 수준의 통합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경북대 이새롬 교수(경영학부)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이 더 이상 경쟁 관계가 아니듯 소비자가 대구로에 가면 원하는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차별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대 이종우 교수(경영학과)는 "공공배달앱 대안으로 제시된 민간 대형 플랫폼은 전국단위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시장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공공배달앱 운영업체가 손익 임계점을 넘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확장 방안을 생각해봐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