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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메일]이젠 찾아가는 치과 진료가 필요하다

2025-07-09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우리 치과에도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이 지팡이나 휠체어, 혹은 침대에 누운 채로 어렵게 병원을 종종 찾아오신다. 이동 자체가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치통은 다른 질환과 달리 참기 어려운 통증이기에, 이분들은 그 고단한 수고를 감내하며 치과를 찾는다. 이동을 돕기 위한 나드리콜이나 요양시설의 차량 지원이 있긴 하지만 예약이 어렵고 대기시간도 길어 현실적 대안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치과치료의 경우 진료시간이 30분내로 보통 끝나기 때문에 이 짧은 시간을 위해 반나절 이상 소모되는 인력과 시간이 그분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임을 알기에, 이런분들에게는 이유없이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한다.


대한민국은 2023년 12월, 고령화사회 진입 25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는 일본 35년, 독일 76년, 이탈리아 154년보다도 빠른 속도다. 현 추세라면 2045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고령인구 비율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Age-Tech'와 헬스케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치과 분야는 노인의 건강수명과 직결되며, 방문 진료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미 1990년대부터 재택 치과 진료를 제도화해왔다. 방문 진료를 시행하는 치과의원 비율은 21%에 달하며, 연간 1천100만 건 이상이 이뤄지고 있다. 보험도 적극적으로 적용된다. 거주지와 치과 간 거리가 16㎞ 이내인 경우 이동 비용과 진료비가 보험으로 보장되며, 치과의사는 월 2회까지, 치과위생사는 월 4회까지 구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의 고령자들은 자택이나 요양시설에서도 충치 치료, 틀니 관리, 구강 위생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독일과 스웨덴 또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며, 공공의료체계 안에서 치과 전문 인력과 협업하여 예방 중심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에 비해 고령자의 구강 건강을 위한 제도는 매우 미비하다. 특히 거동이 어려운 재가 노인이나 요양시설 입소 노인들은 치과를 아예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행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에서도 치과 방문 진료 항목은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치과 진료 특성상 환자가 의자에 앉아야 하고, 물과 흡입 장비가 필요한 점에서 방문 진료가 어렵다는 인식도 존재하지만, 이는 제도적 지원과 장비 개선으로 극복 가능한 문제다. 이미 휴대용 치과 체어나 이동형 진료 장비는 충분히 상용화되어 있다.


2008년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하의 '촉탁의사제도'(현재는 '계약의사')도 일부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치과계 참여율은 거의 없는 수준이며, 실질적인 진료보다는 형식적 방문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과의사의 실질적인 진료가 가능한 구조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며,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내에 치과 방문 진료 항목을 신설하고 수가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치과위생사와 간호사 등과의 협업 모델 구축, 디지털 구강 스캐너와 이동형 진료장비 보급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치과 의료에 대한 접근성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다. 고령사회의 의료정책은 병원이 환자를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라, 환자를 찾아가는 능동적인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구강 건강은 고령자의 영양 상태, 사회활동, 삶의 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제 치과 방문진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고령사회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의료 기반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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