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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삼복의 마음공부

2025-07-17 08:56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벌써 초복이 다가온다. 삼복은 초복·중복·말복으로, 24절기 가운데 하지가 지나면 서서히 찬 기운이 일어나지만, 극한 양의 기운에 눌려 세 번 항복한다는 의미다. 양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시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달임으로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는 방식으로 허한 기운을 보했다.


일본에도 비슷한 날이 있다. 그들은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라고 하여 이날은 장어를 먹는 전통이 있다. 보통 7월 중하순에 해당하는데, 필자도 유학할 때 근처 장어덮밥 집을 찾아 보양하곤 했다. 중국에도 삼복이 있어서 초복에는 만두, 중복에는 면 요리, 말복에는 계란 전병을 먹는다고 한다. 각 나라 사람이 여름의 더위를 견디기 위해 나름의 방식을 찾아왔다. 아무리 더워도 여름의 불기운이 없으면 가을의 수확이 없으니, 여름을 잘 견뎌내려는 가운데 나온 지혜가 바로 삼복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삼복의 더위는 잘 먹어 주면 몸이 잘 견딜 것이고 시간은 흘러 곧 선선한 가을로 접어들 것이다. 하지만 수시로 극성을 부리는 우리 마음 속의 뜨거운 불기운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사람은 누구나 뜨거운 불기운을 가지고 있다. 이 기운은 사람이 살아있는 한 없어서는 안 되지만 그 기운이 너무 극성하면 종종 우리의 삶을 망치기도 해서 항상 잘 다스려야 한다. 이 불기운은 '화'라고 표현된다.


사람은 한 번 화가 나면 잘 다스리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의 삼복이 필요하다. 화가 극성할 때는 초복처럼 한 번 큰 숨 쉬고 그 화를 눌러보자. 그러면 잠시 화가 쉬는 것 같지만, 불같은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때 다시 큰 숨을 쉬는 중복으로 화를 누그러뜨리자. 그래도 남은 화가 올라올 때는 마음을 비우는 말복으로 화를 항복시켜보자.


모든 것은 극하면 결국은 변하는 것이 천지자연의 이치다. 아무리 극성한 화라도 삼복을 거치면 결국 그 기운은 누그러진다. 물론 완전히 고요한 상태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급한 불은 끄는 셈이며, 그렇게 누그러진 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묘하게 마음 속에서도 사라져 간다. 여름 삼복을 지낸 후 가을이 찾아오듯이 마음 속의 화도 삼복을 거치면 반드시 청량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여름의 열기가 있어야 가을의 수확이 있듯이, 화는 사실 우리 삶의 에너지도 된다. 마음의 화가 잘못된 것이 아니니, 그 화를 잘 활용하고 잘 돌릴 때 우리 마음에도 많은 내공이 쌓일 것이다. 올해도 무더운 여름, 삼복을 마음공부의 지혜로 잘 활용해 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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