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변검사만으로는 부족…고위험군에겐 맞춤형 검진 주기 필요
식습관 바꾸고, 작은 신호에도 민감해져야…10년 주기 동일 적용할 수 없어

구자일 구병원장은 최근 국가 대장암 검진 권고안과 관련해 "대장내시경은 암의 씨앗을 제거하는 유일한 예방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일 구병원장은 최근 국가 대장암 검진 권고안과 관련해 "대장내시경은 암의 씨앗을 제거하는 유일한 예방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권고안은 단순한 검진 확대가 아니라, 대장암 예방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첫걸음입니다."
구자일 구병원(대장항문전문) 원장은 최근 국립암센터가 공개한 '국가 대장암 검진 권고안 초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번 개정안은 무증상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을 45세부터 74세까지 10년 주기로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검진 항목엔 분변잠혈검사(FIT)만 포함됐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대장내시경이 정기검진 체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구 병원장은 이번 권고안이 국제 기준에 근거한 과학적 개정안이라고 평했다. 구 병원장은 17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장암 검진은 세계적으로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진다"며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 권고안을 운용해 왔고, 2015년 한차례 개정된 뒤 10년 만에 국제 표준을 반영한 개정이 나온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특히 구 병원장은 대장내시경 '예방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병원장은 "대장암 환자의 90% 이상은 선종성 용종에서 암으로 진행되는데, 대장내시경은 단순한 조기 발견의 수단이 아니라 암 발생의 씨앗을 제거함으로써 암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검사 하나로 생존율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발병률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 위암도 위내시경을 국가검진에 도입한 이후 조기 진단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진행성 위암은 거의 사라졌듯, 대장암도 마찬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장내시경 검진 주기를 '10년'으로 설정한 데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에선 대장내시경 한 번에 1시간 가까이 정밀하게 시행되며, 검사 비용도 1천만원에 육박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수요는 많은데 검사 인력 및 장비 여건이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 3년 만에 새 용종이 생겨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아 고위험군에 대해선 획일적인 10년 주기가 아닌 탄력적인 검진 간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이력, 고위험성 용종 병력, 직계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등을 '고위험군'으로 규정하고, 이들에겐 더 자주 내시경을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가 검진은 평균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실제 임상에선 맞춤형 접근이 필수"라며 "일반군과 고위험군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건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식생활 변화와 생활습관 관리도 강조했다.
구 병원장은 "대장암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깊은 관련이 있다. 육류,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 가령 우거지국이나 추어탕, 시래기 같은 전통 식단을 자주 섭취하는 게 도움된다"며 "배변 습관이 달라지거나 혈변,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 복부의 묵직한 느낌, 점액변 등이 나타나면 망설이지 말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도 당부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