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의회 “조업 중단 아닌 실현 가능한 정화 대책 필요”…민관 협의체 구성 공식 제안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 제1공장에 설치된 무방류수처리시스템(ZLD) 설비 모습.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경북 봉화가 환경과 생존의 경계선에서 갈등하고 있다.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제련소)의 토양 정화 문제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조업중단 후 토양 정화를, 행정 및 기초의회는 토지 정화와 조업을 병행해야 한다며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핵심은 산업 유지와 환경 정화라는 두 과제의 충돌이다. 수 십년간 봉화 경제의 중추였던 제련소를 유지하면서도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정화 조치를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부지의 경우 조업 중 토양 정화를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어, 조업중단이나 과도한 규제는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봉화군의회는 지난 18일 현실적 해결 방안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며 절충적 해법을 제시했다. 군의회는 이날 발표한 건의문에서 "정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업을 병행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정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단계별 정화 계획 수립과 제도적 유연성을 제안했다. 동시에 환경부와 지역주민, 환경단체, 산업계, 법률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갈등 해소를 위한 상설논의체 마련을 촉구했다.

봉화군의회 의원들이 지난 18일 군의회에서 '영풍석포제련소 토양 정화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봉화군의회 제공>
실제, 제련소는 2019년 이후 4천억원 규모의 환경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무방류 수처리 시스템, 지하수 오염 차단시설 등 선진 환경설비를 도입했다. 현재 수질과 대기 오염은 법적 기준 이하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토양오염 문제는 가동 중인 공장의 구조상 즉각적 정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는 점진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오염이 확인됐다면 조업 여부와 무관하게 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군의회는 "지금 필요한 건 원칙의 반복이 아니라 생존과 환경의 균형을 모색하는 유연한 해법"이라며 법 집행의 탄력성을 강조한다.
봉화군의회 의원 전원은 건의문을 통해 "이 문제는 규제냐 면제냐를 결정하는 단선적 사안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지혜의 시험대"라며 "지역이 먼저 문제를 직시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번 건의는 중대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군의회 건의문은 국회와 환경부, 경북도청, 주요 환경단체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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