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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어디로 흐르는지 모를 소년의 시간

2025-07-21 06:00
이근자 소설가

이근자 소설가

올해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년의 시간'을 되짚어본다. 4부작 시리즈물인데, 13살 소년이 동갑내기 소녀를 총으로 살해했고, 그 이유를 밝히는 게 드라마의 내용 전부였다.


주변 사람들은 소년이 왜 그랬는지 믿을 수 없었다. 소심하지만 착한 아이여서였다. CCTV를 본 사람 모두가 소년이 범인인 것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소년 혼자만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거의 일 년 동안이나. 드라마 마지막 즈음에야 소년은 "이제는 경찰이 하는 말을 인정할까 봐요…"라고 아버지에게 제 심경을 밝힌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범죄 스릴러와 호러물을 봤다. 그랬는데 왜 이 드라마에 충격을 받았을까. 드라마가 실화에 기반했다는 것이? 아니면 SNS상의 공간이 현실보다 훨씬 넓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 컸고, 그곳이 마치 크림반도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불길 안이나 공룡이 사는 숲처럼 거대하고 비밀스럽게 여겨져서? 그렇다. SNS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분명하다.


아직 뉴스가 보여주는 사건 대부분은 유산 상속이나 데이트 폭력과 층간소음 등과 같은 문제가 많다. 저 드라마에 비하면 이런 일들은 현실적이고 손에 잡히는 무엇으로 보인다. 물론 불특정한 이를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나 미제 사건들이 천지지만 말이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들을 그리고 남동생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한 드라마였을 것이다. 선생님이나 어른은 온라인에서의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는 자신들의 무용한 역할에 대해 무력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충격을 받은 건 소년의 태도였다. 자신이 그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그 태도는, 심리상담사와 대화하면서 무너진다. 나는 소년이 심리상담사에게 발작적인 분노를 드러내기 전까지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다고 생각하고 싶다. 80%의 암컷이 20%의 수컷을 선택한다는 동물계의 행위가 자신의 현실에 재연되는 것에 절망한 남자아이의 분노는,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든 여자애를 없애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한 것이다.


거기다 그 여자애를 소년이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소년은 배우지 못한 게 있는 나이였다. 소녀가 공개적으로 했던 과거의 말에 대한 책임감의 부정적인 심리로 하는 조롱이나 거절,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그 말을 한 공간이 말이 짧을 수밖에 없는 온라인이라면 더더욱 오해의 소지가 깊다는 것을.


젠더 혐오를 부추기는 온라인상의 편향된 의견을 어떻게 막을까.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젊은 여성과 남성의 정반대되는 경향을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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