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년 만의 기념식
"감개무량합니다. 이제서야 국가가 대한광복회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대구가 할 일이 많습니다."
우대현(81) 광복회 대구시지부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말 의병장(우재룡)의 늦둥이로 태어나 온갖 고초를 겪다 팔순을 넘겨서야 정부기관이 나서 처음 진행한 '110년 만의 기념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우 지부장은 2018년 선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대구의 뜻있는 인사와 함께 <사>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를 만들어 매해 8월 25일 대한광복회 결성지인 달성공원에서 조촐하나마 기념식을 열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측 인사는 물론 대구시에서조차 한차례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흔한 축하 화환 하나 없어도 회원들은 땡볕에서 "독립 독립 조국 광복, 민주국가 세워보자"고 외친 이두산 장군의 '광복군행진곡'을 부르고, 만세삼창을 하며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기렸다.
국가보훈부가 '7월의 독립운동'으로 대한광복회를 지정한 가운데 지난 15일 대구보훈청과 광복회 대구시지부 주최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한광복회 1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하지만 이는 음력 기준이다. 대한광복회 창립일은 양력으로 1915년 8월 25일이기에 '8월의 독립운동'으로 하는 게 맞다. 이날 영남일보도 감사패를 받았다. 광복 80주년, 영남일보 창간 80주년 기획 '내 이름은 투사'라는 타이틀로 광복회 대구시지부가 선정한 독립운동가를 매달 한 명씩 조명한 덕분이었다.
대구가 대한광복회를 특별히 챙겨야 할 이유는 1910년대 무장투쟁의 본산이자 뿌리였기 때문이다. 1913년 결성한 경북 풍기의 대한광복단과 2년 뒤 결성한 조선국권회복단을 통합한 단체가 대한광복회다. 대한광복회는 3·1운동 후 만주의 신흥무관학교와 의열단, 한인애국단으로 이어지고 조선의용군, 광복군, 동북항일연군 등 독립군대로 발전한다. 익히 아는 봉오동·청산리 대첩도 대한광복회가 표명한 무력전(武力戰)의 결과였다.
독립전쟁을 목표로 한말 의병계열과 계몽운동계열이 연합해 조직한 대한광복회는 만주에 사관학교를 설치하고 독립군을 양성해 일제와 전쟁을 전개해 독립을 달성코자 했다. 이를 위해 '비밀·폭동·암살·명령'이라는 투쟁강령과 '무력준비' 등 7개를 행동강령으로 정했다. 대구에 본부를 설치하고 상회와 여관을 가장한 국내외에에 거점을 마련한 후 국내 8도와 만주에 지부 조직을 갖췄다. 청산리대첩으로 잘 알려진 2대 만주지부장이 김좌진 장군이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도 언급되는 대한광복회를 대구는 지금껏 홀대했다. 대한광복회보다 6개월 앞서 조직한 조선국권회복단 창단 기념식도 1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2월 28일 앞산 안일사 입구 등산객 쉼터에서 열리지 않았던가. 2·21일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화운동을 기려 제정한 대구시민주간에 조선국권회복단 창단 기념식도 함께 개최하면 금상첨화이리라. 덧붙여 달성공원 안에 대한광복회에 관한 동판이나 표지석, 안내판이라도 설치해야 할 것이다.
오는 광복절에 부산시가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안에 독립운동기념관 건립 기공식을 갖는다고 한다. 사업비 97억원을 들여 2027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대구는 2020년 7월 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 이후 독립기념관 건립이 감감무소식이다. 광복 80주년, '독립운동의 성지 대구'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가.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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