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자연생태보존회, 운영비로 조사…“절벽 전도·낙반 가능성 높다”
채석 종료 후 10년 가까이 방치…복구계획조차 수립 안 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폐채석장 전경. 붉은빛 절벽과 깊이 약 29m의 인공 저수지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있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과 계단식 지형이 선명하며, 주변은 짙은 녹음으로 둘러싸여 있다.<영남일보 DB>
대구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에 위치한 폐채석장이 심각한 지질 불안정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절벽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하다"며 "수십 미터 아래 저수지 또한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영남자연생태보존회가 자체 실시한 현장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영남일보가 23일 확보한 이 보고서를 보면 채석장 서측 절벽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형성돼 있다. 암반 곳곳에 수직절리(암석 내부에 형성된 균열이 '수직 방향'으로 발달)와 균열이 복합적으로 발달해 낙반(절벽이나 급경사 암벽에서 바위나 암석이 떨어져 내리는 현상)과 전도(topple)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절벽 하단엔 이미 붕괴된 암괴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상부에는 오버행(앞으로 튀어나온 형태) 구조의 암석이 다수 남아 있다. 하단이 무너지면 상단까지 연쇄 붕괴될 수 있는 구조다. 장마철에는 절리면(금이 가면서 생긴 균열면)을 따라 빗물이 스며들며 미세한 물줄기를 만든다. 암반 붕괴를 더 촉진시킨다.
절벽 아래엔 수심 약 29m, 면적 1만4천㎡ 규모의 인공 저수지가 있다. 석회질 퇴적암의 미세 입자가 빛을 산란시켜 물빛은 에메랄드빛을 띠지만, 이는 지질적 불안정의 결과다. 보고서는 "색감 이면에 구조적 취약성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2015년쯤 채굴 중단 이후 지금까지 복구작업이 없었다는 점이다. 복구계획 수립은 물론, 안전펜스 외에는 실질적 조치가 없는 상태다. SNS 상에선 '비밀의 호수'로 알려져 탐방객의 무단 출입도 이어지고 있다.
현행 '산지관리법'과 '광업법' 등에 따르면 채석 종료 시 절벽 안정화, 식생 복원, 저수지 매립 등을 포함한 복구계획 수립과 이행이 법적 의무다. 하지만 가창 폐채석장은 행정적 조치가 지연되면서 붕괴 위험속에 방치되고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채석장은 지질 재난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지자체의 즉각적 복구명령과 안전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