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보궐선거서 78표 중 50표 얻어
전용산단 해제, 전문경영인 도입 등 공약
“공단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혼신 다할 것”

박광렬 신임 대구염색공단 이사장. 이승엽기자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은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염색공단)의 새 이사장으로 박광렬 <주>무길염공 대표가 선출됐다. 전문경영인 도입 등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한 박광렬호(號)가 대구염색산업단지에 씌워진 '악취의 주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열린 제16대 대구염색공단 이사장으로 선출된 박광렬(왼쪽) <주>무길염공 대표가 배종학 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있다. 이승엽기자
24일 열린 제16대 염색공단 이사장 보궐선거 결과, 박광렬 무길염공 대표가 총 유효투표 78표 중 50표를 얻어 신임 이사장에 당선됐다. 박 이사장의 임기는 전임 이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7년 3월까지다. 박 대표와 맞대결을 펼친 이상관 디에이텍스타일 대표는 28표를 득표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서상규 전 이사장은 건강상 이유로 지난달 2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서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염색공단은 두 달 가까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박광렬 신임 이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당시 대구 대표 염색업체인 남선물산<주>에 입사하며 염색업과 연을 맺었다. 주요 보직을 역임해 오다가 1998년 무길염공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05년부터 염색공단 이사로 재직하며 염색산단의 현안과 내부사정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대구염색산단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염색산단은 장기 내수침체 및 환경규제로 최악의 경영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20여 차례 이어진 폐수 유출 사고는 그간 염색산단의 해묵은 '환경 리스크'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사장 선거가 치러진 이날도 공단 앞에서는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로 구성된 '악취방지시민연대'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악취 피해 등을 호소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해 박 이사장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전용공단 해제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3년내 공단이 와해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 지난 3월 정기총회를 통해 염색업종 해제 건을 의결했지만, 대구시장이 공석이 되면서 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박 신임 이사장은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직접 만나 (해당 안건을) 몸으로 부딪혀 보겠다"고 밝혔다.
해묵은 파벌 싸움 및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도입도 시사했다. 그는 "공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경영인 도입이 필요하다"며 "검증된 사람을 모셔와 위원회를 꾸려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염색산단 이전 및 하수처리장 지하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신임 이사장은 "당선의 기쁨보다 책임의 어깨가 훨씬 무겁다. 앞으로 공단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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