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엘·삼보모터스 등 현지화 가속…인도·유럽 투자확대도 고심
영세 협력사는 대응 한계…완성차업계 관세부담 떠넘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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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자동차부품업계가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15% 고관세가 현실화된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존에 부과키로 한 25%에서 낮아지긴 했지만, 당초 무관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15%로 상향은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한 수준이다. 북미시장 현지화 확대와 동시에 유럽·인도 등으로의 시장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번 협상에 따라 15% 관세 대상은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섀시 모듈, 배터리·모터, 전기·전자, 타이어 등 핵심 자동차 부품 130개로, 대구경북 부품업계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부품이다.
3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에스엘, 삼보모터스, 피에이치에이, 평화산업 등 지역의 완성차 1차 협력사들은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을 검토·추진 중이다. 이미 1차 협력사 중 상당수가 멕시코 등에 북미시장 거점을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고관세율을 예고한 만큼 현지화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며 시기를 저율질 해왔다. 이번 협상 결과는 우려했던 고관세가 현실화된 만큼 현지 공장 증설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협력사의 현지화 강화에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향후 4년간 약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지역 부품사의 멕시코 거점은 향후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협상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 거점확대에는 조심스럽다. 미국과 멕시코는 캐나다와 함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를 맺고 자동차 수출입에 면세 혜택을 제공해왔다.
지역 차부품업계는 북미시장 관세 파고를 넘기 위해 공급망을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을 적극 검토중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시장으로 평가받는 유럽과 인도가 대상이다.
지역 차부품사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이 잠재성이 농후한 인도시장 진출을 확대한 것도 인도 등으로 눈길을 돌리게 하는 요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인도 북부 투자를 늘려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에스엘은 기존 인도에 있던 공장을 추가 확장 중에 있다. 최근 인도시장에 진출한 삼보모터스는 시장 잠재성을 보고 인도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1차 협력사의 경우 현지 진출 등으로 관세 파고에 적극 대응하지만 문제는 영세한 2차·3차 협력사다. 이들 기업은 국내에만 공장을 두고 있어 고관세 대응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완성차에 부과되는 15% 관세가 부품사에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역 부품사들의 고민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장만 가지고 있는 부품사들은 향후 전망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15%로 인하된 관세도 2·3차 벤더들에겐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성서공단 내 차부품기업 A사 관계자 역시 "무관세에서 15% 관세가 부과되는 것인데, 25%에서 15%로 인하된 소식만 강조되고 있어 아쉽다"며 "영세한 2·3차사들은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차부품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했다. 이번 협상에서 일본·유럽연합(EU)보다 우위에 서지 못한 점도 아쉽다는 평가다. 앞서 미국은 일본에 부과해온 2.5% 상호관세율에 1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더해 15%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가 기준점인 12.5% 관세율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 받는다.
한편 지난해 대구경북의 대미 자동차 수출규모는 1조8천억원을 넘는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천200만달러(약 11조원)로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액(225억4천700만달러)의 36.5%에 달한다. 대구와 경북의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액은 각각 4억1천800만달러(약 5천817억원)와 9억1천800만달러(약 1조2천774억원) 수준이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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