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두백 여권사진
지난 3월, 의성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이 경북 동해안까지 번지며 영덕군은 유례없는 재난을 겪었다. 축산면과 지품면, 영덕읍 일대가 직격탄을 맞아 1천300여 동의 주택이 잿더미가 됐고 3천 300여 세대가 크고 작은 재산피해를 입었다.
전국 최대 송이 산지로 불리는 지품면의 송림은 전소되었고 산림·어업·관광 기반이 모두 타격을 받아 지역경제는 흔들렸다. 복구를 위해 모든 행정력이 신속히 투입됐지만 문제는 돈이다. 영덕군은 2025년도 제1회 추경예산에서 산불 복구 등을 중심으로 총 8천75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대부분은 국도비에 의존하는 구조다.
군은 전국 군 단위 중에서도 대표적인 재정 취약 지역으로 꼽힌다. 재정자립도는 10%도 안되며 계속되는 인구 감소에 세수는 줄고 복지 등의 지출은 늘어나고 있다. 군 자체 재정만으로는 임시주택 설치와 재산피해 보상 등 기초 복구 비용에도 감당이 버거운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은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전면 중단됐던 이 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모양세에 영덕군은 조심스럽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분명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지역 발전과 재정 자립을 위한 대안으로서 신규 원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물론 원전은 찬반이 뚜렷한 사안이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환경 문제, 주민 간 갈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수십 년간 이어지는 지방세 수입과 지역발전기금, 수천 명의 고용 창출, 지역 건설업체와 상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현재 영덕이 직면한 재정난과 지역 소멸 위기 해소에 실질적인 해답이 될것으로 본다.
산불 한 번으로 지역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취약한 영덕군의 현실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재정 기반 마련과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한 하나의 동력으로서 원전을 다시 논의할 때이다. 원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지금 같은 복구·재건의 위기 앞에서 재정적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주민의 안전과 참여를 보장하는 상생 모델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영덕군도 과거처럼 단순히 '유치냐 반대냐'의 프레임을 넘어서 재난 이후의 회복력과 미래를 고민하는 실질적인 전략으로서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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