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형식 거리활동가
축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의 성격으로 시작되었고, 그 속에는 공동체의 결속을 도모하는 종교적 통합 의식으로서의 의미도 깃들어 있었다. 문화권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해 온 축제는 각 민족의 고유한 방식으로 전승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일본의 '기온 마츠리'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축제들이다.
한국의 경우 설날, 한가위, 대보름, 단오 등이 고유의 명절이자 축제였으며, 불교 전래 이후에는 팔관회와 연등회 같은 행사도 거행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그 명맥이 끊어진다. 1960년대 이후 전통문화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각 지역을 중심으로 축제를 복원하는 움직임이 일었고, 특히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지역 축제는 관광 산업의 주요 자원이자 지역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대구의 경우 1981년 직할시 승격 후, 이를 기념해 1982년 제1회 달구벌 축제가 개최되었다.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행사로, 20여 년간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지만 점차 일시적 오락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 속에 2002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그 정신은 파워풀대구페스티벌로 계승되어 이어지고 있다.
동성로 축제 역시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다. 1990년 동성로 상권 회복을 위해 상점가 상인회가 처음 개최한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공백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그 외에도 대구치맥페스티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떡볶이페스티벌, 수성못페스티벌 등은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글로벌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진정한 축제로 자리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퀄리티'다. 현재 전국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는 약 1천100여 개에 이른다. 그중 상당수는 이름만 다를 뿐 구성이나 프로그램은 대동소이하다. 지역 내 유사한 축제 간 통합, 그리고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 개발이 향후 성패를 가를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의 체계적인 교육과 양성이 시급하다.
또한 지역 경제가 위축된 현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축제는 반드시 명확한 지침에 따라 운영돼야 하며, 예산과 인력의 낭비를 막기 위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잘 만든 축제 하나는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 축제가 오래도록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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