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10명 중 7명 ‘1박 후 이탈’…숙박률 15.6%, 쇼핑 소비는 해마다 감소
경주시, 금리단길 활성화·면세점 재추진…APEC 계기 관광 소비 전환 노려야

경주시 관광소비액 중 쇼핑 소비는 2022년 293억원, 2023년 287억원, 2024년 261억원, 2025년 1월~6월 12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경주시가 구도심 상권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중심상가 금리단길 입구 모습.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시가 쇼핑 인프라 부족 탓에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를 잡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6월 상반기 경주를 찾은 외지인(이동통신 데이터 기반)은 총 2천352만명(전년동기대비 2.9%↑)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중 숙박 비율은 15.6%에 불과했다. 평균 숙박일수도 2.51일로 전국기초지자체 평균보다 0.33일 짧았다. 숙박객 10명 중 7명은 1박만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1박 체류 비중은 71.3%, 2박 19.7%, 3박 이상은 9% 미만이었다. 숙박 방문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다. 평균 체류시간은 1천227분으로 전국 평균보다 길지만 전년 대비 2.9% 줄었다.
소비 구조도 편중돼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경주의 관광소비 총액(신용카드 데이터 기반)은 1천100억원으로 전년보다 3.4% 감소했다. 이 가운데 식음료 소비가 62.4%로 가장 많았고, 여가서비스 17.1%, 쇼핑은 11%에 머물렀다. 업종별 소비 비중 변동을 보면 여행업은 전년 동기 대비 312% 급증했지만, 숙박업은 22.1% 감소, 운송업은 9.5% 감소했다. 특히 쇼핑 소비는 2022년 293억원, 2023년 287억원에 이어 2024년 261억원, 2025년 1월~6월 120억원으로 감소 중이다.
이는 방문객 대부분이 황리단길에 집중되며 도심 전체로 확산되지 못한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페와 음식점 위주의 황리단길은 회전률은 높지만 장기 체류와 고부가 소비에는 한계가 있다. 방문객을 일회성으로 소비시키지 않으려면 구도심 상권 회복과 대형쇼핑시설 유치, 로컬 브랜드 육성 등 '머무르고 쓰는 도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경주시도 황리단길에서 시작된 관광 동선을 구도심까지 확장시키는 상권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22년부터 5년간 80억 원을 투입해 중심상권을 '금리단길'로 연결하고 있다. 지난해 바닥조명과 경관 조형물 등을 설치해 '빛의 거리' 테마를 도입했다. '불금예찬 야시장' 등 정기행사와 골목식당 창업 지원을 통해 음식 특화 거리로 발전시키는 중이다.
보문관광단지에는 면세점 유치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5일 APEC 준비상황 점검차 경주를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면세점 유치를 통해 관광 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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