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안동의 바이오 공장에서 생산된 항암제가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신공항으로 이동한다. 항공화물 터미널에 도착한 백신은 1초의 지체도, 0.1도의 온도 변화도 없이 곧바로 대기중인 항공기에 인계된다. 이것이 '항공화물'의 본질이다. 항공화물은 '빠른 운송'의 개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를 해결하고 생명을 구하는 솔루션에 가깝다. 이를 실현해내는 첨단 공간이 바로 항공화물터미널이다.
항공화물터미널의 핵심 경쟁력은 '특수 화물' 처리능력에서 갈린다. 글로벌 의약품시장 분석기업인 'Technavio'에 따르면, 전 세계 콜드체인(저온) 의약품 물류 시장은 2024~2028년 연평균 9.6%의 성장률로 약 128억달러 규모까지 확대가 예측된다. 항공운송기반의 콜드체인 인프라가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필수적임을 뜻한다. 코로나19 백신의 초저온 운송경험을 계기로, 공항별 선진형 콜드체인 터미널 구축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유럽 프랑크푸르트공항·일본 나리타공항·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은 GDP(의약품 유통관리 기준) 인증 시설을 구축해 백신 및 바이오 의약품 국제 운송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은 2024년 기준 생산 50조 원·의약품 수출액 1억1천만달러를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으나, 70% 정도가 인천공항에 집중되는 병목현상이 걸림돌이다. 2024년 우리나라의 항공 운송 반도체(장비 포함) 수출입액은 역대 최고 1천419억 달러를 기록해 단일 품목 기준 최고치를 보였다. 그러나 역시 인천공항을 통해 대부분 처리됨에 따른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구경북신공항 화물터미널은 K-바이오 등 대구경북 산업구조에 최적화되어야 한다. 첫째 IT·전자산업 맞춤형 화물터미널이 필요하다. 구미 등 대구경북권 글로벌 IT클러스터를 겨냥해 24시간 통관(Just-In-Time) 체계와 최고 수준의 보안으로 세계 전자업체의 JIT공급망을 완벽 지원해야 한다. 나리타공항·프랑크푸르트공항은 IT화물 전용 터미널 및 특송존을 운영해 글로벌 전자산업 공급망에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둘째, K-바이오 글로벌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한다. 국제기준(WHO GDP)을 충족하는 최신 콜드체인 인프라 구축으로, 신뢰도 있는 바이오·제약물류 플랫폼을 조성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국내 대형 바이오 기업도 글로벌 약품사 CMO·CDMO 수주를 늘리며 국제 콜드체인 물류 인프라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셋째, 프리미엄 농축산물 게이트웨이가 되어야한다. 경북 우수 신선 농·축산물의 부가가치 극대화를 위해 농산물 전용 신속통관·검역 시설, 물류단지 내 가공·포장 시스템 연계가 필요하다. 미국 LA공항·프랑스 샤를드골공항은 신선식품 특화시설로 지역 농축산물의 수출 물량·단가 모두 획기적 향상을 이뤘다.
항공화물 터미널은 콘크리트가 아닌 대구경북 산업생태계와 세계 시장을 잇는 경제의 동맥이다. 콜드체인·JIT·특수화물 인프라를 갖춘 신공항 화물터미널은 대구경북 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IT·바이오·농산업 모두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신공항 화물터미널이 24시간 잠들지 않는 '경제 동맥'으로 뛰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의 미래 산업에 최적화된 치밀한 설계와 과감한 투자가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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