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 기초의회, 필요성 논란 지속
의원 전문성 부족과 신뢰회복 중요 과제로 부각

영남일보TV '말로하자' 출연진들이 지난 12일 영남일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기초의회의 역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내년 6월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의회'이지만, 매 선거 때마다 '의원 수 줄이자', '기초의회 무용론' 등이 고개를 드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2일 영남일보TV '말로하자'에는 대구의 현직 기초의원인 오영준 북구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경민 수성구의원(국민의힘)이 출연해 기초의회의 존재 이유와 과제, 개선방안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두 의원은 기초의회의 존재 필요성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 했다. 오 의원은 "행정 권력이 존재하는 곳엔 항상 의회가 있어야 하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고, 김 의원은 "지역이 가진 정서나 문화 등 고유의 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초의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서는 두 의원 모두 자성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어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존재 이유를 지키는 길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의원은 "전문성이 낮고, 주민들이 (의회에 대해) 체감하는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주민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결과물을 기초의회가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오 의원은 "의회에선 의사결정 과정으로 투표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주민들을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끝없이 대화를 나눠가며 의사결정을 해야 여러 가지 정책 사업의 동력도 얻을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이 의회 안에서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오영준 대구 북구의원이 지난 12일 영남일보TV '말로하자'에서 기초의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9대 기초의회 임기 동안 대구에서도 수많은 기초의원들의 일탈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오 의원은 "준법정신 등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부족한 분들이 있다"며 "주민에게 선택받은 선출직인 만큼, 자성하는 자세 없이는 이런 문제들은 근절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방의회가 성숙하는 과도기 속에 이런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며 "스스로 바꿔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당 공천제가 '눈치 보기 정치'를 만든다는 지적에는 김 의원이 "일탈 사례가 곧 공천 제도에 대한 탓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물음표"라고 했다. 오 의원은 "대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지방의원 역할을 하면서 정당의 당무도 같이 하는 것이 정당정치인의 의무이긴 하지만, 이 역시 이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지방의원들의 유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의정활동비 인상 문제에 대해선 오 의원은 "지방의원의 수당·활동비가 없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지방의원을) 할 수 있다"며 "더 양질의 인재들이 지방의회로 들어오고, 전문직화되려면 수당과 활동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겸직을 금지시키는 대신 수당을 더 올려 그에 걸맞는 의정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전체적으로 좋은 방향성"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2일 영남일보TV '말로하자' 촬영에서 김경민 대구 수성구의원이 기초의회의 필요성 논란과 관련해 토론하는 모습.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매년 '뜨거운 감자'가 되는 해외연수를 놓고는 열띤 토론이 오갔다. 김 의원은 일본 방재 시스템을 사례로 "현장 학습의 가치는 크다.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했지만, 오 의원은 "해외연수의 효용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 주민들이 고까운 눈으로 보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공로 연수'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은 기초의회 개혁 방향으로 △지방자치제의 전반적 개혁 △기초의회의 권한 확대 △전문성 제고 등을 제안했다. 특히 현재 광역의회에 비해 턱 없이 적은 기초의회의 권한을 넓혀야 의회민주주의 및 지방자치제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의회가 사라진다면'이라는 가정에 오 의원은 "당장은 속시원해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날부터 행정 권력이 무소불위가 되고, 피해자를 대변할 통로도 사라진다"고 했고, 김 의원은 "단체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져 '왕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로하자] 기초의원에게 기초의원이 꼭 필요한지 물어봤습니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